지난 1월 출범한 히딩크호가 8개월이 지나도록 `최상의 조합'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지난 1월 24일 홍콩 칼스버그컵을 시작으로 9월 13일 나이지리아와의 1차 평가전까지 13차례 경기를 가진 한국축구대표팀은 그동안 많은 선수들을 테스트하며 2002 월드컵축구대회를 준비해 왔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아직은 베스트 11을 확정할 단계가 아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선수들을 시험해 내년 1월께 옥석을 가리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빈약한 한국축구의 선수층을 감안한다면 써 볼만한 선수는 모두 기용한 상태에서 `수준 이하'라는 평가가 내려진 선수는 제외하고 최상의 조합을 꾸려야 할때가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더욱이 매경기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수비 조직력은 차치하더라도 최전방 공격수와 미드필더에서도 뚜렷한 공격루트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 13일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테크니션 황선홍이 전반 처진 스트라이커로 나서 파괴력을 지닌 최전방의 최용수와 호흡을 맞췄지만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또한 최전방 공격수에게 득점기회를 만들어 주지 못한 부정확한 패스들은 플레이메이커의 부재를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정종덕 SBS해설위원은 "히딩크 감독은 체력이 강한 선수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체력이 약하더라도 패싱능력을 갖춘 윤정환 등을 플레이 메이커로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새로 실험한 김태영-강철-김상식-최태욱의 포백라인 조합도 실패였다. 여전히 허술한 조직력과 개인기도 문제였지만 주로 측면공격수로 기용됐던 최태욱의 수비수 변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광래 안양 LG 감독은 "최태욱이 불안한 수비라인에 있다보니 스피드를 이용한공격 가담 기회가 줄어들었다. 수비에 3명을 두고 최태욱을 이용한 측면공격을 노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비록 후반에 이천수가 교체 투입돼 공격의 물꼬를 트고 최용수의 파괴력이 살아나 2-2로 비기기는 했지만 교체멤버가 없어 쩔쩔맸던 나이지리아와의 경기는 내용상으로 완패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이제 한국대표팀은 황선홍, 최용수, 안효연 등이 일본으로 돌아간 상황에서 나이지리아와 16일 2차전을 갖게 된다. 따라서 1차전에 출전하지 않았던 김도훈과 이동국, 서정원 등이 주전으로 나설것이 확실시 되지만 선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기용이 계속된다면 최상의 조합을 찾지 못한 의미없는 평가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