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에서 예상을 뒤엎고 준우승을 차지한 현대가 '오갈 데 없는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현대 선수들이 그동안 흘린 피땀이 배어있는 청운동 현대체육관이 오는 15일부터 신세계로 주인이 바뀌게 돼 당장 거리로 나앉을 상황이 된 것이다. 모기업인 현대건설은 이미 지난해 말 자금 부족에 시달리면서 지난 1월1일부로 신세계에 체육관을 매각했기 때문에 선수들은 지금까지 '남의 집'에 얹혀 살아온 셈이었다. 게다가 운영자금마저 바닥나 KCC의 도움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신임 정덕화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좋은 성적을 거둔 뒤에 맞은 또 한번의 시련이어서 구단관계자들과 선수들의 마음은 착찹하기 그지없다. 청운동 현대체육관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의 사택 옆에 위치해 있어 고 정회장이 틈만 나면 들러 선수들을 격려해줬던 장소. 이 때문에 청운동체육관에서 쫓겨나게 된 현대건설 농구단은 고인이 된 정 회장이나 재계 서열에서 최고의 자리를 내준 현대그룹과 궤를 같이 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선수들이 다음달 4일까지 휴가중이기 때문에 당장 훈련에 차질을 빚지는 않겠지만 현재 70-80억에 달하는 체육관 매입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고 임대는 구하기가 힘들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최소한 이달 말까지는 체육관을 빌려야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많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1986년 현대중공업으로 창단, 이후 현대산업개발과 현대건설로 간판을 바꿔달며전주원 등 무수한 스타들을 배출해 온 명문구단 현대가 또 하나의 시련을 극복해낼수 있을 지 팬들이 주목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