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마지막 남자골프 메이저대회인 제83회 PGA챔피언십에서는 극동 아시아 골퍼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검은 눈과 머리칼, 그리고 작은 체구의 동양인들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직접 확인시켜 준 대회였던 셈이다. 극동 돌풍을 이끈 주역들은 바로 한국의 최경주(31.슈페리어)와 일본의 가타야마 신고(25), 마루야마 시게키(32). 초반 최경주와 가타야마가 리더보드 상단에 사이좋게 이름을 올리자 미국 언론들은 이들의 활약을 묶어서 함께 다루기도 했다. 올시즌부터 본격적으로 PGA투어에서 뛰며 지난 4월 그린스보로클래식에서 공동4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인 최경주는 이번 대회에서 1라운드 공동 2위에 오르는등 '황색 돌풍'을 초반부터 주도했다. 2라운드까지만 해도 우승까지 노릴 성적이었으나 갑자기 쏟아진 언론과 갤러리들의 관심에 이후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차츰 추락, 결국 톱10 진입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메이저대회에서 1언더파 279타로 공동 29위의 성적으로 타이거 우즈(미국)등 최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가능성은 입증했다. 비록 경험 부족과 심적 부담 때문에 상위권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비교적 좋은 성적인데다 앞으로도 언제든 우승까지 할 수 있는 자신감의 토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경주는 이번 대회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 '자신감'이라며 "앞으로는 아무리 큰 대회에서 어떤 선수와 맞붙더라도 경기에만 집중할 자신있다"고 말했다. 일본프로골프(JPGA) 투어 멤버인 가타야마의 선전은 더욱 돋보였다. 또 PGA에서 활동 중인 마루야마까지 합세한 일본 골프는 이번 대회에서 상당한 세 과시를 하는데 성공했다. 가타야마는 4라운드에 와서도 한때 선두와 1타 차 공동 2위를 달리며 막판까지 열띤 우승경쟁을 펼쳤고 10언더파 270타로 공동 4위에 올라 최근 미국프로야구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치로(시애틀) 못지 않은 관심을 끌어 모았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하얀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나와 현지 언론들로부터 "필드의 존 웨인을 보는 것 같았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들었던 가타야마는 나이가 젊은데다 넉살맞은 성격과 깔끔한 매너로 미국 갤러리들의 인기를 끌어 장래가 촉망된다. 마루야마 역시 올시즌 그레이터밀워키대회에서 첫승을 올린 여세를 몰아 최경주보다 2타가 적은 3언더파 277타의 좋은 성적으로 공동 22위에 올라 일본 골프계를 들뜨게 했다. 동양인 3인방의 이번 활약으로 서구인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PGA 무대에 세찬 '황색 바람'이 가세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