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웠더니 잘 맞더군요."


17일(한국시간)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골프대회(총상금 520만달러)에서 6언더파 64타로 '깜짝 선두'에 나선 그랜트 웨이트(36.뉴질랜드)의 소감이다.


웨이트는 이날 티샷에 앞서 호주 선수로 잘못 소개될만큼 미국 무대에서 알려지지 않은 무명이지만 타이거 우즈, 데이비드 듀발, 필 미켈슨, 어니 엘스 등 내로라하는 강호들을 제쳐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 대회 직전까지 6개 대회 연속 컷오프에서 탈락하는 등 PGA투어에서 신통찮은 성적을 내왔고 메이저대회에는 모두 10번 출전해 단 2번만 컷오프를 통과했다.


지난 93년 켐퍼오픈에서 1승을 신고했지만 8년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고 메이저대회에서는 97년 US오픈에서 공동 36위에 오른 것이 고작이다.


올해 역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상금액수 40만달러로 최경주보다 뒤처진 91위에 머물렀다.


이렇게 보잘 것 없는 무명 선수 웨이트의 마지막 무기는 바로 '무심(無心)'


최근 만성피로 증후군의 일종인 '전염성 단핵증'으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기도한 웨이트는 경기 후 "스스로에게 (잘 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가하면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플레이를 즐길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무심론'의 기본 줄기다.


갑자기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 돼 부담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웨이트가 남은 라운드에서도 이러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부담이 가중돼 최악의 성적을 낼 가능성도 높다.


영리하게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웨이트는 남은 경기에 임하는 각오를 이렇게 밝혔다.


"계속 이렇게 잘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오늘과 같은 마음가짐을 이어가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