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올해 미국인 우승자가 가뭄에 콩나듯 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진작부터 LPGA 안팎에서 외국인 선수의 우승 독식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았으나박세리(24.삼성전자)의 브리티시여자오픈 제패로 올 시즌 메이저대회 4개가 모두 외국선수 차지가 되자 걱정이 더욱 커졌다. 미국선수가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단 1개도 건지지 못한 것은 메이저대회가 4개로 정착된 이후 처음인데, 올해 LPGA 투어 대회에서 외국 선수들의 활약은 유난하다. 개막전부터 11개 대회를 거푸 외국선수들이 휩쓸었고 지금까지 치러진 25개 대회 가운데 19개 대회 우승자가 외국선수다. LPGA 투어 선수 가운데 미국 국적의 선수는 무려 65%에 이르고 투어 대회의 80%가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선수들은 맥을 못추고 있는 셈이다. '뜻있는' 미국인들은 그나마 4차례의 우승이 로지 존스, 줄리 잉스터, 벳시 킹등 40대 선수에 의해 이뤄진 사실에 더 주목하고 있다. 올해 우승 경험이 있는 20대 미국 선수는 에밀리 클라인과 도로시 델라신 등 2명인데 상당수 미국인들은 투어 생활 7년동안 겨우 2승째를 따낸 클라인을 '젊은 피'의 선두 주자로 내세우기를 주저한다. 델라신은 미국 국적이지만 필리핀 이민자의 딸이라는 점에서 역시 미국 선수의간판으로 내세우기는 어렵다. 미국인들이 은근히 '대표 선수'로 여기고 있는 도티 페퍼, 켈리 로빈스, 팻 허스트, 브랜디 버튼 등 중견선수와 '젊은피' 켈리 퀴니, 크리스티 커 등은 하나같이무승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현상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흥행이 어려운 LPGA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지적도 나오고 있으나 타이 보타 LPGA 커미셔너 등 일부에서는 "LPGA가 세계를 상대로 마케팅을 펼칠 수 있게 됐다"는 낙관론도 만만치않다. 그러나 일반적인 미국 골프팬들은 LPGA의 흥행 문제보다는 '미국선수의 경쟁력'을 걱정하고 있다. 유명 골프 칼럼니스트 봅 헤리그는 "젊은 미국 선수가 우승치 못하는 것은 미국여자 골프 선수의 경쟁력이 무너져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개탄했다. 애꿎은 미국골프협회(USGA)에 화살을 돌리는 전문가들도 나타났다. 이들의 주장의 요점은 "스웨덴이나 한국, 호주 등에서는 유명 기업과 심지어는정부까지 나서서 골프 꿈나무를 육성하고 있으나 USGA는 팔짱만 끼고 있다"는 것. 아니카 소렌스탐이 스웨덴 정부의 체계적인 골프 유망주 육성 프로그램의 산물이라는 사실과 박세리가 세계적 기업집단인 삼성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점을LPGA 전문가들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이 맥을 못추는 미국여자프로골프의 미래가 어떨지에 대해 미국 골프 관계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