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미국)-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조가 세기의 혼성 매치플레이골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둬 세계 남녀 랭킹 1위의 자존심을 지켰다. 우즈-소렌스탐은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저트의 빅혼골프클럽캐년코스(파72. 6천973야드)에서 벌어진 데이비드 듀발(미국)-카리 웹(호주)과의 혼성 매치플레이에서 3홀을 남기고 2홀을 뒤져 패색이 짙었으나 마지막 18번홀에서 무승부를 만든 뒤 연장전 첫홀에서 듀발-웹을 꺾었다. `빅혼의 결투'로 명명된 이날 우승으로 우즈와 소렌스탐은 상금 60만달러씩을 가졌으며 패자 듀발과 웹도 각각 25만달러를 챙겼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격언처럼 세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4명의 선수가 펼친 '골프쇼'는 그러나 미스샷과 어이없는 퍼팅 실수로 승부가 갈렸다. 1개의 공을 벌갈아 치는 얼터너티브 방식으로 경기를 펼친 네 선수는 툭하면 공을 벙커에 빠트리거나 덤불 속에 집어넣어 파트너를 곤경에 몰아 넣었으며 우즈와 소렌스탐은 정상적인 스윙이 안되는 곳에서 한차례씩 왼손잡이 샷을 하는 진풍경 을연출했다. 양팀이 친 타수는 나란히 4오버파 76타로 집계됐다. 특히 소렌스탐과 웹은 잦은 실수로 남자 선수들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실력과 위기 관리 능력을 드러냈다. 소렌스탐과 웹은 이 대회 출전으로 하락하는 여자프로골프의 인기를 되살리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수많은 갤러리와 TV 시청자들 앞에서 헤매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줬다. 4시간20분의 승부가 마감된 연장 첫번째 홀에서도 소렌스탐과 웹은 나란히 티샷을 페어웨이 왼쪽으로 당겨쳐 우즈와 듀발에게 어려움을 안겼다. 다같은 티샷 실수였지만 소렌스탐의 공은 페어웨이 바깥쪽 러프에 떨어진 반면 웹의 티샷은 벙커에 빠진 것이 승부를 갈랐다. 소렌스탐의 파트너 우즈는 어렵지 않게 세컨드샷을 그린에 올렸고 웹의 짝 듀발은 페어웨이 벙커샷때 약간 뒤땅을 치며 온그린에 실패했으며 웹은 그나마 3번째샷을 파세이브하기에 어려운 3.7m 거리에 가져다 놓았다. 듀발은 승부를 계속 이어 가기 위해 신중히 라인을 살핀 뒤 과감하게 파퍼팅을 시도했지만 공은 홀 오른쪽으로 살짝 비켜갔고 1.2m짜리 파퍼팅을 우즈가 차분히 밀어넣으면서 승부는 끝났다. 이에 앞서 우즈와 소렌스탐은 1번홀(파4. 429야드)에서 웹의 퍼팅 실수로 운좋게 비긴 뒤 2번홀(파4. 416야드)에서 소렌스탐의 멋진 어프로치와 우즈의 퍼팅으로1홀 앞서기 시작했다. 3번홀(파5. 531야드)에서 웹의 버디 퍼팅으로 다시 올스퀘어가 됐지만 초반 분위기는 우즈와 소렌스탐의 일방적인 우세. 5번홀(파4. 367야드) 듀발의 티샷 실수 등으로 1홀을 다시 앞선 우즈-소렌스탐은 7번홀(파5. 519야드)에서 버디를 낚으며 2홀차로 달아났으나 9번홀(파4. 449야드)에서 소렌스탐의 파퍼팅이 살짝 빗나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소렌스탐의 샷이 흔들린 틈에 듀발과 웹은 10번홀(파4. 397야드), 11번홀(파4.434야드)을 잇따라 따내 1홀차로 역전시킨 뒤 12번홀(파5. 550야드)을 내줘 다시 올스퀘어가 됐지만 14번홀(파4. 351야드), 15번홀(파5. 538야드)을 내리 이겨 2홀을 앞섰다. 3홀을 남기고 2홀을 져 역전이 힘겨워 보였던 우즈와 소렌스탐은 16번홀(파3. 153야드)에서 상대의 3퍼팅에 힘입어 1홀차로 추격한 뒤 18번홀(파4. 355야드)에서 우즈가 만들어준 버디 찬스를 소렌스탐이 놓치지 않아 마침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웹은 초반 퍼팅 실수 뿐 아니라 드라이브샷과 아이언샷 모두 불안해 패배의 원인이 됐다. 한편 소렌스탐과 웹은 경기를 마치자마자 공항으로 달려가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이 열리는 영국으로 떠났다. 이들은 '빅혼의 결투'를 위해 브리티시여자오픈 연습도 이틀이나 빼먹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