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탁에 우리말이 넘나든다. 연인끼리 또는 온가족 함께 한 모습도 낯설지 않다. 창밖으로 보이는 코코넛나무와 커피를 날라 오는 원주민 처녀의 모습이 아니면 영락없는 국내의 어느 식당 모습이다. 호텔을 나서면 열기가 훅 하고 얼굴을 때린다. "하파다이"(안녕하세요) 하며 말문을 연 가이드의 괌 자랑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포물선 그리듯 이어지는 해변을 따라 호텔들이 늘어서 있다. 예쁜 그림엽서 같다. "괌의 와이키키"라는 투몬만이다. 차모로의 사랑하는 연인들이 다른 사람과 강제결혼시키려는 부모를 뿌리치고 달아나다가 이 절벽(연인의 절벽)에서 투신하였다는 애틋한 전설이 서려 있다. 지금은 연인의 동상 앞에 사랑의 종이 세워져 있어 연인들이 종을 치면서 사랑을 약속하는 장소로 유명해졌다. 괌의 여정은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차는 신바람나게 달린다. 스콜이 지나간다. 등줄기가 시원해진다. 눈길 닿는 곳마다 아름답다. 현대 마크를 단 차가 가슴을 뭉클하게 할 무렵 한적한 동네어귀에 들어선다. 앤더슨 공군기지. 여기에서 차를 바꿔 타고 바다내음이 나는 쪽으로 향한다. 제멋대로 뚫린 비포장 길을 지난다. 궁둥이를 몇 번씩 찧는 고생을 한 끝에 정글을 빠져나가자 스타샌드비치라는 간판이 들어온다. 아슬아슬한 차림으로 흔들어대는 원주민의 전통 춤 공연이 이방인들을 들뜨게 한다. 식탁에는 통돼지 구이와 열대과일들이 아초테 라이스(향신료를 사용하여 지은 밥으로 붉은색이다)와 함께 식욕을 돋운다. 땀이 온몸을 적시면 바닷속으로 풍덩. 물놀이기구는 모두 공짜다. 모래입자가 별처럼 생겼다고 스타샌드라고 불리는 이곳은 군사기지내에 있어 개별 입장은 안된다. 괌은 여행자의 기호에 맞게 즐길 수 있는 리조트들이 많다. 알루팡비치클럽이 대표적이다. 먼 바다로 나가 파라세일링은 꼭 해보자. 수십미터 상공에서 바라보는 망망대해는 수식어가 필요없다. 바나나보트를 타다 바다에도 빠져보고 카누를 젓다 보면 잡념이 파고들 틈이 없다. 수심이 얕아 어린아이들도 걱정없이 놀수 있다. 바닷속 풍경에 관심있는 사람은 피시아이 마린파크를 들르면 된다. 22m에 이르는 바닷속 전망대에서 열대어와 산호를 구경할 수 있다. 스쿠버다이버가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면 몰려드는 열대어들이 장관을 이룬다. 직접 물고기 밥을 주고 싶은 사람은 특수헬멧을 쓰고 10m 정도의 바닷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인생포기각서(?)를 쓴 다음 안내원의 도움을 받아 바닷속으로 내려가면 수압 때문에 귀가 아파온다. 참고 조금 더 내려가면 괜찮아진다. 견디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갈치떼, 열대어무리와 어울리다 보면 금세 하루 해가 진다. 먼 바다에 황혼이 드리우면 천지가 온통 삼원색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장관을 이룬다. 비행기로 4시간이면 닿는 괌, 원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괌. 우리 말이 자연스럽게 통하는 괌에서 연인들은 영원한 사랑을, 신혼부부들은 백년가약을 위해 사랑의 종을 쳐보자. 괌=여창구 기자 yc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