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의 골퍼' 데이비드 듀발(미국)이 최고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130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총상금 495만달러) 정상에 오르며 메이저대회 무관의 한을 풀었다.


23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영국 리덤 세인트앤즈의 로열 리덤&세인트앤즈골프장(파71. 6천905야드)에서 끝난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듀발은 버디 5개, 보기 1개로 4언더파 67타를 쳐 합계 10언더파 274타로 '클라레 저그(순은컵)'를 안았다.


'무명 돌풍'을 일으킨 2위(7언더파 277타) 니클라스 파스트(스웨덴)와는 3타 차.


이로써 듀발은 93년 프로 데뷔후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라 큰 대회에 약한 '종이 호랑이'라는 오명을 말끔히 씻었고 최근 7번의 브리티시오픈에서 미국선수로는 6번째 우승을 차지한 선수로 기록됐다.


자외선에 안구가 노출되면 부작용이 생기는 지병으로 항상 선글라스를 쓰는 듀발은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만큼은 '트레이드 마크'인 선글라스를 벗고 우승의 감격을 갤러리들과 함께 했다.


듀발은 "이제 한 짐을 덜었다"면서 "메이저대회에서는 작은 실수라도 결과에 큰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됐지만 오늘은 이러한 점들을 극복해냈다"고소감을 밝혔다.


잔잔한 바람과 따스한 햇별이 내리쬐는 가운데 듀발은 담력이 약하고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일소하듯 차분한 경기 운영으로 끝까지 일관된 플레이를 했고 드라이버샷, 아이언샷, 퍼팅에다 벙커샷까지 어느 하나 나무랄 데가 없었다.


3라운드에서 6언더파를 몰아치고 합계 6언더파 207타로 공동 선두에 올라선 듀발은 3번홀(파4)에서 5.5m 버디퍼팅을 성공, 앞서 출발한 파스트와 공동 선두가 됐고 6번홀(파5)에서 세컨드샷을 그린에 올린 뒤 2퍼트로 버디를 잡아 처음 단독 선두로 부상했다.


상승세를 탄 듀발은 7번홀(파5)에서도 2온, 2퍼트로 연속 버디를 낚고 2위 그룹과의 차이를 2타로 벌려 독주 체제를 갖췄다.


11번홀(파5)에서 벙커샷으로 컵 1m 옆에 볼을 붙인 버디로 1타를 더 줄인 듀발은 12번홀(파3)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져 유일한 보기를 범했지만 13번홀(파4)에서버디 퍼팅에 성공, 1타 차까지 쫓아왔던 미구엘 앙헬 히메네스(스페인)를 따돌렸다.


일단 위기를 탈출했지만 이번에는 대런 클라크(미국)가 2타 차로 쫓아와 실수하나면 예전처럼 뒷심 부족으로 무너졌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는 상황이 닥쳐왔다.


14번홀(이상 파4)에서 친 티샷이 러프에 빠져 마지막 고비를 맞은 듀발은 세컨드샷을 그린 에지에 떨군 다음 컵 1.2m 거리에 붙여 파세이브에 성공했고 15번홀(파4)에서도 티샷이 러프에 들어갔지만 또 한번 파세이브를 해내면서 사실상 우승을확정지었다.


그 사이에 공동 2위인 파스트, 이안 우스남(영국)과의 차이는 3타로 벌어졌고클라크는 17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저질러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PGA투어에 15번 출전, 단 3번만 컷오프를 통과하며 30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인 파스트는 전반에만 버디 4개를 낚고 단독 선두까지 오르는 등 선전했지만 후반에 버디와 보기를 1개씩 주고 받고 더 이상 타수를 줄이는 데 실패, 대회 역사상 최대 이변의 문턱에서 무너졌다.


또 어니 엘스(남아공), 빌리 메이페어(미국), 베른하르트 랑거(독일), 히메네스,클라크와 함께 6언더파 278타, 공동 3위로 경기를 마친 우스남은 1번홀(파3)에서 거의 홀인원을 기록할 뻔 했지만 규정보다 1개 많은 15개의 클럽을 가져와 2벌타를 받았던 것이 두고두고 아쉽게 됐다.


한편 대회 2연패를 노렸던 타이거 우즈(미국)는 버디 5개를 잡았으나 보기 2개에다 12번홀(파3)에서 트리플보기까지 저지르며 이븐파를 기록, 합계 1언더파 283타로 자신의 메이저대회 최악의 성적인 공동 25위에 그쳤다.


우즈는 "분명히 기회는 있었지만 긴장한 가운데 경쟁할 수 없었다"며 무기력했던 심정을 털어놓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