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당 평균 11개,전체 1백96개의 벙커. 더욱이 벙커들은 깊이가 3m 되는 것도 있으며 대부분이 움푹 들어간 '항아리'(pot) 형태. 제 1백30회 브리티시오픈이 열리는 잉글랜드 로열 리덤&세인트앤스GC는 골프의 발상지라 일컬어지는 세인트 앤드루스GC와 또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변을 옆에 끼고 있는 링크스코스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코스 구성은 전혀 다른 것. 그중에서도 항아리 벙커가 코스 곳곳에 있다는 점이 로열 리덤&세인트앤스GC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 항아리 벙커들은 티샷 낙하지점이나 그린 주변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다. 깊게 파여 있기 때문에 티잉그라운드에서는 벙커가 잘 보이지도 않는다. 볼이 벙커턱이나 그 바로 밑에 떨어지면 '전진'을 포기하고 옆으로 꺼내든지 티잉그라운드 쪽으로 후퇴해야 하는 상황도 빈번히 나온다. 아예 '언플레이어블'을 선언,손실을 1타로 제한하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이 코스에서는 샷의 정확성이 우승경쟁의 관건이다. 존 데일리 스타일의 '정확성이 수반되지 않은 장타력'은 벙커나 러프행을 의미하기 때문에 별 쓸모가 없다. 그 정확성은 티샷이나 어프로치샷 모두 해당된다. 따라서 지난해 세인트 앤드루스GC에서 역대 최소타(19언더파 2백69타)로 우승한 타이거 우즈가 올해 '2연패'를 이룰 수 있을지는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 세인트 앤드루스GC에도 벙커가 있지만 로열 리덤&세인트앤스GC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이며 작년 우즈는 4라운드 동안 단 한 번도 볼이 벙커에 빠진 적이 없었다. 특히 파5홀이 3개밖에 안된다는 점도 우즈에게는 불리하다. 장타자인 그에게 '버디홀'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 1번홀이 파3인 것도 독특하다. 대회 전 각종 조사에서 우즈는 압도적으로 우승후보 '0순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드라이버샷 정확성이 높은 선수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닉 팔도(정확도 81.6%) 조 듀란트(81.4%) 스콧 호크(76.7%) 짐 퓨릭(76.4%) 세르히오 가르시아(74.8%) 등이 그들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