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결국 도전하는 자의 손을 들어줬다' 최고 권위의 테니스 대회인 윔블던(총상금 1천210만달러) 남자단식 패권은 결국 12전13기의 끈기를 보인 고란 이바니세비치(크로아티아)에게 돌아갔다. 이바니세비치는 9일 밤(이하 한국시간) 윔블던 올잉글랜드론클럽 센터코트에서열린 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2년 연속 결승에 진출한 강호 패트릭 라프터(호주)를 3시간1분간의 혈투 끝에 3-2(6-3 3-6 6-3 2-6 9-7)로 물리쳤다. 이로써 88년 첫 출전 이후 무려 13년만에 우승한 이바니세비치는 크로아티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윔블던 패권을 차지함과 동시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선수 중에서도 사상 처음 우승한 선수로 기록됐다. 반면 지난해 결승에서 피트 샘프라스(미국)에 져 패한 라프터는 이번 대회에서 샘프라스가 일찌감치 탈락, 우승이 기대됐지만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무는 불운에 울었다. 우승상금으로 70만3천달러의 거액을 거머쥔 이바니세비치는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내일 아침 일어나면 누군가 '너는 또 윔블던 우승에 실패했어'라고 말할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도 이바니세비치는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서비스로 무려 27개의 에이스를 퍼부으며 세계 최고의 강서버 다운 면모로 라프터를 압도했다. 반면 이바니세비치는 서비스 개수에서 라프터를 27-13으로 압도했지만 더블폴트는 16-4, 범실은 30-11로 훨씬 많이 범해 마지막까지 악전고투해야 했다. 왼손에서 내리 꽂는 총알같은 서비스를 앞세워 1세트를 6-3으로 따낸 이바니세비치는 2세트에서 범실을 연발하며 3-6으로 내준 뒤 3세트와 4세트 역시 라프터와 하나씩 주고 받았다. 운명이 걸린 마지막 5세트. 이바니세비치는 라프터와 매 게임 피를 말리는 접전을 펼치며 엎치락 뒤치락했지만 13번째 게임을 내주며 6-7로 뒤졌고 14번째 게임에서도 두 점을 먼저 내줘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이바니세비치는 4점을 내리 따내며 극적으로 게임스코어 7-7을 만들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이후 상승세를 타며 2게임을 연속 이겨 5세트에만 1시간이 걸린 혈전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5세트 막판부터 눈가에 눈물이 비치기 시작했던 이바니세비치는 승리를 확정짓자 우승의 감격을 주체하지 못한 듯 코트에 넙죽 엎드려 몸부림쳤으며, 관중석에서 열렬한 응원을 보내던 아버지에게 달려가 얼싸안고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윔블던 AP.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