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제이미 파 크로거클래식에서 박세리(25.삼성전자)와 마리아 요르트(스웨덴)의 숨가쁜 승부를 박세리 쪽으로 기운 것은 하일랜드미도우스골프장에서 가장 쉬운 17번홀(파5. 513야드)이었다. 맹렬히 박세리를 추격하던 요르트는 이곳에서 어이없는 보기를 저지르며 상승세가 주춤한 반면 반드시 버디가 필요했던 박세리는 이 홀에서 기어코 버디를 낚아 우승을 확정지었다. 요르트의 17번홀 보기는 18번홀(파5. 532야드) 버디로 박세리와 공동선두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운 실수였다. 특히 요르트는 1타차로 쫓기며 16번홀에서 플레이하고 있던 박세리가 티샷을 왼쪽 숲으로 보낸 탓에 보기를 범해 17번홀에서 파세이브만 했어도 공동선두가 되고 18번 버디로 오히려 박세리를 리드할 수 있었다. 요르트는 웬만한 장타자라면 2온이 가능한 이곳에서 안전하게 3온 작전을 펼치는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했고 더구나 짧은 거리의 3번째샷을 그린 옆 벙커로 집어넣는 실수까지 겹쳤다. 더구나 요르트는 절묘한 벙커샷으로 1m 안팎의 짧은 파퍼팅을 남겼으나 이 마저 끌어당겨 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에 반해 요르트의 18번홀 버디로 공동선두를 허용한 박세리는 반드시 이곳에서 버디를 챙겨야 우승이 가능한 입장. 자칫 연장전에 끌려 들어갈 우려마저 있었지만 박세리는 17번홀에서 승부를 내려고 작심한 듯 호쾌한 드라이버샷에 이어 페어웨이 우드로 2온을 노렸다. 공은 그린과 벙커 사이 러프에 떨어져 2온은 실패. 3번째샷을 홀에 최대한 가까이 붙여야 하는 상황에서 박세리가 웨지로 굴린 공은 홀 왼쪽의 1m도 채 안되는 거리에 멈췄다. 1번홀부터 11개홀까지 전혀 타수를 줄이지 못해 추격을 허용했으나 침착하게 기회를 기다렸다가 찾아온 찬스를 놓치지 않는 박세리가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