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진주' 비너스 윌리엄스(21.미국)가 쥐스틴느 에넹(19.벨기에)의 거센 돌풍을 잠재우고 윔블던테니스대회(총상금 1천210만달러) 여자단식 2연패를 달성했다. 또 남자단식 우승은 패트릭 라프터(호주)와 고란 이바니세비치(크로아티아)의 대결로 가려지게 됐다. 2번시드 비너스는 9일(이하 한국시간) 윔블던 올잉글랜드론코트에서 열린 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남자선수를 방불케하는 강한 서비스와 발리를 앞세워 8번시드 에넹을 1시간8분만에 2-1(6-1 3-6 6-0)로 물리쳤다. 지난해 생애 첫 윔블던 정상에 오른 비너스는 이로써 96년 슈테피 그라프(독일)이후 처음으로 2연패에 성공한 선수가 됐다. 반면 벨기에 선수로는 처음으로 윔블던 결승에 진출한 에넹은 '벨기에 10대 돌풍'의 또 다른 주역인 프랑스오픈 준우승자 킴 클리스터스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말았다. 지난해 우승 뒤 펄쩍 뛰어오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비너스는 이번에는 그대신 관중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땅이 비로 젖어 점프를 못했다는 비너스는 "에넹은 훌륭한 선수다. 이제 19살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결승까지 올라온 것에 대해) 축하를 건넨다"라고 상대에 대한 존경을 표시했다. 비너스는 1세트를 단 20분만에 6-1로 따내 완승이 기대됐지만 베이스라인을 지키며 날카로운 그라운드스트로크로 반격해 온 에넹에 2세트를 3-6으로 뺏겨 세트 스코어 1-1로 같은 입장이 됐다. 그러나 185㎝의 장신에 근육질의 우람한 체구를 가진 비너스는 3세트에서 키 167㎝에 갸냘픈 체구와 앳된 외모를 가진 에넹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며 단 1게임도 내주지 않고 완벽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비로 2번이나 중단돼 3일간에 걸쳐 벌어진 노장 이바니세비치(크로아티아)와 '영국의 희망' 헨만의 남자단식 준결승은 결국 이바니세비치의 3-2(7-5 6-7 0-67-6 6-3) 승리로 끝이 났다. 한때 세계랭킹이 2위까지 올랐으나 지금은 125위까지 떨어지는 등 퇴물 취급을 받았던 이바니세비치는 이로써 98년 이후 3년만이자 통산 4번째 결승에 올라 3전4기의 신화에 도전하게 됐다. 이바니세비치는 또 와일드카드로 윔블던에 출전한 선수 중 사상 처음으로 결승까지 오른 선수로 기록됐다. 6일 열린 경기에서 이바니세비치는 4세트 4번째 게임까지 세트스코어 1-2, 게임스코어 1-2로 뒤진 채 악천후로 인한 경기 지연으로 인해 승부를 다음날로 미뤘다. 패색이 짙었던 이바니세비치는 7일 속개된 4세트를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따내 2-2로 균형을 맞춘 뒤 마지막 5세트도 3-2로 앞서나가며 분위기를 바꿔놓았지만 비로 다시 경기가 중단됐다. 8일 여자결승에 앞서 재개된 나머지 경기에서 이바니세비치는 1게임을 잃고 다음 게임도 내줄 위기에 몰렸지만 강력한 서비스를 앞세워 3게임을 연달아 따내며 모두 3일간 3시간3분에 걸친 마라톤 접전의 막을 닫았다. 한편 윔블던의 변덕스런 날씨를 원망할 수 밖에 없었던 헨만은 결국 바니 오스틴 이후 영국인으로서 63년만의 결승 진출에 실패, '헨만 힐'(henman hill:헨만의언덕), '헨마니아'(henmania:헨만의 광적인 팬) 등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던 홈팬들의 염원을 결국 저버리고 말았다. (윔블던 AP.AFP=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