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유독 매섭게 돌아가고 있는 용병들의 불방망이에 맞서 타격 부문에서 심재학(두산)이 토종 타자의 자존심을 걸고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다. 심재학은 3일 롯데전에서 4타수 3안타의 물오른 방망이를 휘두르며 타율 0.357로 전날 공동 선두였던 에레라(0.353.SK)와 산토스(0.347.해태)를 제치고 이 부문선두로 뛰어올랐다. 타격 3위에 올라있는 호세(0.348.롯데)까지 감안하면 심재학이 없었더라면 타격부문은 용병들만의 잔치가 될 뻔했다. 홈런 부문에서 용병들의 틈바구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승엽(삼성)과 더불어 국내 타자의 마지막 보루로 남아 있는 것. 심재학은 출루율 2위(0.493), 타점 공동 8위(54점), 장타율 4위(0.590) 등 공격전 부문에 걸쳐 고루 선전하고 있다. 심재학의 방망이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해결사'라는 별명답게 꼭 필요한 곳에서 한 방씩 터트려주기 때문. 거포 군단 두산의 붙박이 4번을 맡고 있는 심재학은 3일 득점 찬스에서 들어선 2차례 타석에서 여지 없이 적시타를 때려내는 등 최근 팀이 6연승을 달리는동안 타율 0.450(20타수 9안타), 7타점의 불방망이로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득점권 타율이 무려 0.448로 각 구단의 내로라하는 해결사들을 제치고 이 부문선두. 올시즌을 앞두고 심정수(현대)와 맞트레이드돼 두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을 때만해도 심재학은 두산이 선수협 파동의 핵심인 심정수를 정리하기 위해 밑지는 장사를했다는 혹평을 견뎌야만 했다. 하지만 심재학은 시즌 초반 4번을 지키던 김동주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 붕괴된 마운드와 맞물려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린 팀의 중심 타선 역할을 훌륭히 해내며 일약 `구세주'로 떠올랐다. 94년 LG 입단후 현대를 거쳐 두산에 이르기까지 팀을 옮길 때마다 성적이 좋아지는 심재학이 이제는 토종 방망이의 `자존심'으로 무장하고 전성 시대를 열어젖히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