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들'이 돌아왔다. 이종범(31)이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3년6개월 동안의 일본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복귀했다. 그라운드에는 하반기부터 선보일 예정. 하지만 이종범은 벌써부터 페넌트레이스의 커다란 '변수'로 거론되면서 슈퍼스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 시절 1천95타수 2백86안타로 0.261의 타율을 기록했다. 홈런은 27개,도루는 53개를 올렸다. 자신에게나 팬들에게나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임에는 분명하다. 전문가들도 이종범에게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98년 팔꿈치 골절 이후 배팅스피드가 떨어지고 몸쪽 볼에 대한 취약점을 드러냈다. 서른한살의 나이도 20대에 보여줬던 철벽 수비와 센스 있는 주루플레이를 재현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이종범은 여전히 국내 최정상급 선수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에서의 부진이 부상 후유증과 더불어 철저한 통제식 야구가 이종범 특유의 감각적인 플레이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설득력이 있다. 자신감만 회복하면 팀의 핵심 전력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직 연봉협상 전이지만 해태가 '국내 최고의 대우'를 약속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해태는 특별한 간판선수 없이도 끈끈한 승부를 구사하며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기아 타이거즈(가칭)로 거듭나는 하반기까지 이 수준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도 있다. 김성한 감독은 올 시즌 이종범의 포지션을 외야수로 낙점해둔 상태다. 한때 최고의 유격수로 평가됐었지만 지금은 나이에 따른 체력적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종범이 새로 출범하는 기아의 '키(key)플레이어'로 팀을 포스트시즌까지 이끌 수 있을지가 또 다른 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