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까지 남은 거리는 고작 4.5m.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유럽프로골프투어선수 레티프 구센(32)은 정상급 프로선수라면 70% 이상 한번의 퍼팅으로 성공시키는 4.5m 거리에서 3퍼팅으로 US오픈우승컵을 날려 버렸다. 구센은 18일(한국시간) 제101회 US오픈골프대회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4/466야드)에서 세컨드샷을 멋지게 홀 뒤쪽 4.5m 거리에 붙여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과90만달러의 상금을 손에 넣는 듯 했다. 더구나 공동선두를 달리던 스튜어트 싱크(미국)는 세컨드샷을 러프로 처박아 파세이브조차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빠져 구센은 절대 유리한 상황. 더구나 예상대로 싱크는 러프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뒤 시도한 파퍼팅에 실패,구센은 2퍼팅으로 홀아웃해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게 돼 우승컵은 구센의 수중에 들어간 것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0분전 마크 브룩스(미국)가 통한의 3퍼팅으로 선두 경쟁에 탈락하게 만든 18번홀 그린은 결국 조화를 부렸다. 누구도 구센의 우승을 의심하지 않았고 싱크도 관례대로 우승자가 마지막 퍼트를 할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하고 짧은 거리의 보기 퍼팅을 시도했다. 1m도 채 안되는 거리에서 싱크가 보기 퍼팅을 놓친 것은 앞으로 다가올 구센의운명을 예고한 것일까. 구센의 버디 퍼팅은 홀을 살짝 비켜가더니 약 60㎝를 더 굴러가 멈췄다. 프로선수는 물론 아마추어 주말골퍼라도 100% 넣을 수 있는 60㎝ 파퍼팅을 남긴구센의 머리 속에는 환호하는 팬들에게 두손을 들어 답례하는 자신의 모습으로 가득차 있었던 탓인지 구센의 퍼트는 홀을 외면하고 말았다. 안타까운 탄식이 그린 주변을 가득 메운 갤러리들 사이에 터져 나왔다. 하늘을 한번 쳐다본 구센은 파퍼트보다 더 멀어진 보기 퍼트를 뒤늦게 침착하게성공시킨 뒤 "내일 잘하면 되지"라고 씁쓸하게 내뱉었다. 티박스에서 그린까지 466야드 거리를 단 2타만에 도달한 구센이 4.5m 거리에서3타를 허비해 우승컵을 놓고 18홀 연장전을 치르게 된 것이다. 20분전 같은 홀에서 역시 거짓말같은 3퍼팅으로 풀이 죽었던 브룩스의 표정이환해지는 것은 물론이었다. 우승을 다투던 3명의 선수에게 18번홀은 예외없이 3퍼팅을 선물했고 이들 가운데 가장 아픈 3퍼팅은 물론 구센이었다. 그리고 연장전 진출 기회마저 날려버린 싱크의 쇼트 퍼팅 실수도 두고 두고 땅을 칠 일이었다. 메이저대회 사상 가장 유명한 쇼트퍼팅 실수는 70년 브리티시오픈에서 더그 샌더스가 1m도 안되는 짧은 퍼팅을 실패해 우승을 놓친 것과 89년 마스터스에서 스콧호크가 역시 1m 안쪽의 쇼트 퍼팅을 놓쳐 거의 어깨에 걸쳤던 그린 재킷을 빼앗긴사건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