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자존심 확인이냐, 일본의 설욕이냐. 세계최강 프랑스와 아시아의 패자 일본이 2001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축구대회에서 우승컵을 놓고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10일 오후 7시 요코하마국립경기장에서 킥오프되는 결승전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란 표현이 제격일 만큼 객관적 전력에서 프랑스의 우위가 점쳐지고 있지만 일본의 돌풍이 프랑스마저 집어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역대 전적에서 FIFA랭킹 1위 프랑스는 44위 일본을 맞아 최근 10년간 2승1무로 절대 우세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24일 생드니에서 주전들끼리 제대로 맞붙은 친선경기에선 일본에 5-0의 치욕적인 참패를 안겨 자신감이란 심리적 측면에서도 앞서 있다. 프랑스는 한국과의 개막전, 멕시코와의 예선 3차전에서 보여줬듯 절정에 오른 '예술축구'의 힘을 앞세워 일본을 초토화시키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드사이를 구심점으로 물샐틈 없는 수비라인을 짜고 공격시 '제2의 지단' 카리에르를 시발점으로 하는 아넬카의 중앙돌파로 일본의 문전을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백전노장 드사이는 특히 공격시 과감한 오버래핑을 통한 측면돌파로 상대 수비진을 헤집고 코너킥 등 세트플레이에 적극 가담해 골사냥에 나설 전망이다. 로저 르메르 감독은 "일본은 수준 높은 팀임에 분명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98월드컵과 유로 2000에 이은 '트리플 크라운'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고 낙승을 장담했다. 프랑스란 버거운 상대에 맞서는 일본은 브라질과 비기며 결승에까지 오른 파죽지세의 상승무드 속에 잘 짜여진 조직력과 투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등에 업고 '생드니의 치욕'을 씻겠다고 벼르고 있다. 일본은 우선 '99세계청소년선수권 준우승과 시드니올림픽 8강에 이어 이번 컨페드컵을 통해 세계대회 첫 결승 진출에 성공해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불과 두달여전 프랑스에 대패를 당한 일본은 '두 번 실수란 없다'란 각오 아래 마치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력과 브라질 못지 않은 개인기로 대회전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스리백을 기본 전형으로 하되 수비시 좌,우 날개가 내려와 커버플레이로 제2의 포위망을 구축하고 공격시 두터운 허리에서 정교한 1~2터치 패스로 기회를 엿보다나카야마, 니시자와가 2선에서의 스루패스를 받아 곧바로 득점으로 잇는 기습전술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전문가들은 일본이 선제골을 넣느냐의 여부가 승리의 관건이라고 보고 "조직적인 수비로 프랑스 공격을 봉쇄하고 공격시 미드필드에서의 과감한 침투로 기습득점을 노릴 것"을 트루시에 감독에게 주문하고 있다. 져도 밑질 게 없는 일본으로서는 특히 지네딘 지단, 티에리 앙리 등 프랑스의 주전급 일부가 빠진 것도 적극적인 오프사이드 트랩을 구사하는 수비진에 힘이 되고있다. 한편 프랑스-일본전은 두 사령탑간 지략 대결도 관심이다. 르메르는 월드컵 우승 직후 에메 자케로부터 지휘봉을 넘겨받는 등 선수 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지만 트루시에는 나이지리아와 일본 등 가는 곳마다 찬란한 꽃을 피웠으나 축구 변방이란 이유로 국제무대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설움을겪어왔다. 브라질의 개인기를 무색케한 프랑스의 '아트사커'가 기술과 투혼으로 똘똘 뭉친일본의 도전을 뿌리칠 수 있을 지 세계축구팬들의 이목이 요코하마에 모아지고 있다. (요코하마=연합뉴스)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