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첫 경기 징크스에 발목이 잡혀 안방에서 열린 2001 컨페더레이션스컵대회 예선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큰 대회의 첫 경기에서 한국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채 완패한 뒤 2,3차전의 뒤늦은 선전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지다가 결국 골득실이나 승점차로 분루를 삼키는 아픔을 되풀이해 왔다. 물론 세계의 강호들이 참가하는 국제대회에서 기량 차가 엄연한 한국이 모두 승리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제대회가 팀당 예선 3경기를 치른 뒤 조 1,2위가 본선에 진출하는 방식을 채택하기 때문에 각 팀들은 첫 경기에 총력을 기울이기 마련이지만한국은 언제나 징크스를 벗지 못한채 그들의 제물이 되어왔다. 이런 징크스는 강호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위축된 플레이를 펼치다 석연치 않게 첫 골을 내준 뒤 이후 만회하려다 오히려 급속도로 무너지며 대량 실점하는패턴을 반복해 왔다.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도 한국은 전반 초반 골키퍼 이운재가 어설프게 걷어낸 볼을 프랑스의 스테브 말레가 그림같은 시저스킥으로 득점한 뒤 정신없이 골을허용하며 0-5로 무너졌다. 98년 프랑스월드컵 때도 한국은 선취골을 넣은 흥분된 분위기가 채 가시기도전에 하석주가 위험한 백태클을 하다 퇴장당해 결국 1-3으로 멕시코에 역전패했다. 사상 최강의 멤버로 평가받던 94년 월드컵대표팀의 경우 본선 첫 경기 스페인전에서 초반 어이없게 2골을 먹은 뒤 뒤늦게 몸이 풀려 2골을 만회, 무승부가 됐지만힘든 경기 끝에 결국 예선탈락하고 말았었다. 신세대로 구성된 2000년 시드니올림픽팀도 예외는 아니었다. 역시 첫 경기에서 스페인에 0-3으로 완패한 올림픽팀은 모로코, 칠레를 모두 꺾고 2승1패라는 최고의 성적을 올렸음에도 첫 경기 대량실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골득실차로 예선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결국 한국은 첫 경기 패배의 영향으로 이후 사력을 다한 투혼을 발휘하며 선전하고도 예선조차 통과못하는 불운을 거듭해 왔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한국이 잘 싸우고도 운이 없어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는식으로 위로하지만 2002년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숙원을 안고 있는 한국 축구에게는 더 이상 변명이 될 수 없다.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 감독을 거액을 주고 영입, 사령탑에 앉힌 것도 기량발전이라는 대의명분과 함께 세계 강호들과 대결을 펼친 그가 대표팀에 자신감을불러 넣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값진 경험을 한 히딩크 감독이 이번 컨페드컵을 계기로 더욱 강한 대표팀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팬들은 절박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