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치다보면 불가피하게 "접대골프"를 해야 할 경우가 있다. 접대골프는 비즈니스상 그 "성패 주도권"을 쥐고 있는 발주처관계자나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담당관료등 주로 "높은분"들을 "모시고" 라운드를 한다. 접대골프는 대부분 내기를 하게 되는데 접대를 받는 쪽보다 접대를 하는 쪽이 더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 혹 상대방의 비위를 거슬렀다가는 목적을 이루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가끔 봐주기도 하고,기량에 비해 턱없는 실수를 하곤 한다. 그러나 아무리 접대골프라 해도 눈에 보이게 봐주다간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예컨대 '싱글 핸디캐퍼'가 1m도 안되는 거리의 퍼팅을 번번이 빼거나 벙커에 들어가면 볼을 2∼3번에 탈출시킨다고 하자. 그렇게 되면 접대를 받는 쪽에서 '지금 나를 봐주는구나'하며 오히려 불쾌하게 생각할 것이다. 접대골프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모 시중은행 임원인 A씨의 사례를 귀담아 들을 만하다. A씨 역시 골프를 통해 접대를 많이 해야 하는 입장. '최선을 다하지 않는 골프는 있을 수 없다'는 지론과 '접대골프에서 상대방보다 월등히 잘 쳐서는 안된다'는 현실 사이에서 A씨가 얻은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접대골프가 있으면 세컨샷 때 가장 많이 쓰는 7,8번아이언을 아예 집에다 빼놓고 골프장에 가져오지 않는 것. 7,8번아이언 거리의 샷이 남으면 6번이나 9번아이언으로 요령껏 샷을 한다. 그러다보니 타수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 상대방이 왜 7,8번이 없냐고 물으면 "깜빡 잊고 집에 두고 왔다" 또는 "그립이 닳아 수리 중"이라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A씨의 예는 접대를 하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크게 기분 상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기지'가 아닐까.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