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첫 골프만남은 오래가지 못했다.

연습을 시작한 지 사흘째 되던 날 갑자기 비서관이 와서 "각하,외교사절들이 들어왔습니다.연습을 중단하시고 외교관을 만나시죠"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한 코치,내가 일찍 끝나면 다시 오고 못돌아오면 그만 돌아가시오"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이후 한동안 연락이 없더니 김종호 육군참모총장이 "박 의장께서 지금 민정이양 준비 때문에 당분간 바빠서 연습을 못하니 다음에 시간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전해왔다.

이후 박 대통령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대통령에 취임한 지 1년이 지난 1964년 가을쯤이었다.

다시 만난 장소는 서울컨트리클럽이었다.

연습을 하고 있는데 급히 청와대에서 나를 찾는다는 전갈이 왔다.

연락은 청와대 경호실에서 왔는데 ''내일 각하가 골프장에 나가시니 준비하고 있으라''는 내용이었다.

다음날 2년여 만에 다시 만난 박 대통령은 "한 코치 반갑소,나 좀 또 가르쳐 줘야겠소"라며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그날 머리를 얹기 위해 나왔다.

나중에 알아보니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골프연습을 어느 정도 했다는 것이었다.

라운드에는 박종규 당시 경호실장과 국회의원 한 분이 동행했다.

박 실장은 1백타 정도 치는 실력이었다.

첫 티샷은 박 대통령이 먼저 했다.

OB는 아니었지만 오른쪽으로 슬라이스가 났다.

박 대통령이 "어,왜 저기로 가지"하자 박 실장은 "각하,하나 더 치시죠"라고 재빨리 받았다.

그러자 박 대통령이 "그래도 되는 거야? 그럼 하나 더 쳐보지"라고 말하면서 캐디가 티업해준 볼을 쳤다.

당시는 캐디가 티 위에 볼을 꽂아 올려주던 시절이었다.

또 캐디는 여자가 아닌 남자였다.

다시 친 티샷은 1백80야드 정도 날아갔다.

박 대통령은 볼을 치고 나면 골프채를 바로 캐디에게 주지 않고 총을 메듯이 어깨에 둘러메고 볼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캐디가 클럽을 바꿔주면 "이번엔 이걸로 치는 거구만"하면서 치고 난 뒤 또 다시 클럽을 어깨에 메고 걸었다.

박 대통령은 걸으면서 "골프는 푸른 잔디 위를 걷는 재미가 좋구만"하면서 자주 감탄했다.

정리=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