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파라다이스와 오라골프장에서 사흘 동안 연거푸 라운드를 했다.

사흘 동안 연속 18홀 라운드에서 1백타를 넘지 않았으니,골프연습을 시작한 지 1년4개월 만에 이른바 완벽하게 1백타를 깬 셈이다.

홀인원이라는 것은 행운의 여신이 훈수하게 마련이지만,1백타를 넘지 않은 것은 오로지 노력의 결과라고 얘기들 한다.

세 번의 라운드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혼자서 골프 1년4개월을 담담하게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들 고개를 가로젓게 마련인 60대 초반에 연습을 시작했던 내가 어떻게 험준한 준령을 넘을 수 있었을까.

혼자서 전율하였으나 방안에는 역시 나 혼자였다.

여기에 도달할 수 있었던 까닭을 내 나름대로 점검해 보았다.

첫 번째,나는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면 볼을 멀리 보내야겠다는 욕심을 삼가는 대신,그린으로 가는 길목이 어딘가를 찾아내는 안목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가졌다.

티샷이 1백80야드를 가든,2백야드를 가든 상관없이 그린으로 가는 길목 들머리에만 공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두 번째,무엇보다 세컨드샷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그린의 위치를 몇 번씩 확인하고 연습 스윙을 거듭한 다음 샷에 들어갔다.

대개의 아마추어 골퍼들이 티샷의 성과에 욕심을 부리고 있는 동안,나는 세컨드샷에 구두점을 찍을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차선책을 최선책으로 삼은 전략이었다.

세 번째,언제 어느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하든 반드시 캐디로부터 여벌의 스코어 카드를 얻어,페어웨이와 그린에서의 타수를 손수 솔직하게 기록하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그 카드를 가지고 부진의 요소를 점검했다.

네 번째,골퍼들 사이에 어려운 코스를 가졌다는 소문이 있는 골프장을 즐겨 찾아 다녔다.

파라다이스나 오라골프장은 코스가 비교적 길고 벙커도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60대의 부정적 평가에서 홀가분하게 벗어난 일이다.

jykim@paradi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