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 벤"

퍼팅에 관한한 일가견이 있다는 벤 크렌쇼(49.미)의 애칭이다.

온화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을 지닌 크렌쇼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태어나 전설적 교습가 하비 페닉에게 사사했다.

지난 95년 마스터스에서 우승이 확정된뒤 허리를 구부려 그 직전 타계한 페닉을 추모하던 장면은 세계골퍼들의 뇌리에 깊이 남아있다.

그린이 유리판처럼 생겼다는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두번(84,95년)이나 그린재킷을 입은 것에서 볼수 있듯 그는 브래드 팩슨,로렌 로버츠등과 함께 미국PGA투어의 "3대 퍼팅 고수"로 손꼽힌다.

△기본은 두 가지=크렌쇼는 그의 퍼팅 테크닉을 두 가지로 요약한다.

하나는 스트로크를 부드럽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퍼터헤드 가운데에 정확히 볼을 맞히는 것이다.

그는 변덕스러운 퍼팅에 대해 너무 많은 분석을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말한다.

퍼팅 스트로크는 간단할수록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L자형 퍼터를 애용=크렌쇼는 ''핑''스타일의 T자형 퍼터 대신 L자형 퍼터를 고집한다.

L자형 퍼터는 T자형에 비해 스윗스폿이 작고 민감하다.

헤드 가운데에 정확히 맞히지 않으면 볼이 빗나갈 위험이 큰 것.

그 때문에 스트로크할 때 최대한 집중을 해야 한다.

△스트로크 테크닉=그의 퍼팅그립은 전통적인 ''리버스 오버래핑''이다.

그러나 퍼팅폼은 좀 독특하다.

백스윙을 비교적 작게 하고 폴로스루 때는 오른손으로 볼을 퉁기듯 때려준다.

''시계추 타법''으로 밀어주는 팩슨과 달리 그에게서는 끊어치는 느낌을 받는다.

크렌쇼는 이 덕분에 쇼트퍼팅 미스가 적다고 말한다.

퍼터헤드는 ''인-스퀘어-인''의 궤도를 따른다.

헤드를 백스윙 때 타깃라인 안쪽으로 끌고 스트로크 때는 라인과 직각을 이루며 임팩트 후에는 다시 라인 안쪽으로 오는 형태다.

''일직선 궤도''에 익숙해 있는 아마추어들에게는 고난도의 테크닉이다.

△카펫을 편다는 생각으로 연습=그는 퍼팅연습을 할 때 독특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스트로크 동작을 마치 ''말아두었던 카펫을 쭉 펴서 평평하게 해준다''는 느낌으로 퍼터헤드를 던져주는 것.

카펫을 펴려면 퍼터헤드가 뒤틀려서는 안되고 가능하면 지면에 붙어서 움직여야 한다.

△퍼팅라인 관찰은 세밀하게=그는 퍼팅라인을 철저하게 관찰한다.

볼 뒤쪽과 그 반대편은 물론 양측면에서도 라인을 살핀다.

4방 관찰을 하는 것.

어떤 때에는 퍼터를 눈 앞에 세워서 보는 ''측량추''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켄 벤추리는 이를 두고 ''지나친 분석은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고 평가절하하지만 그만큼 한 번의 스트로크를 하는 데도 모든 노력을 집중한다는 얘기다.

△천부적 감각도 한몫=크렌쇼는 천부적으로 퍼팅을 즐겼고 감각도 뛰어났다.

어린 시절 또래들과 퍼팅게임을 많이 했으며 작은 내기를 통해 승부욕을 길렀다고 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