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나른하고 기침이 잦아 병원을 찾았다가 느닷없이 결핵이란 진단을 받으면 다들 당혹해 한다.

"불결한 환경에서 영양실조 증세가 있는 사람들이나 걸리는 병에 내가..."라고 자탄하게 된다.

그러나 과로와 스트레스에 눌려 사는 수험생이나 직장인, 무리한 다이어트로 체력이 떨어진 여성이라면 누구나 걸릴수 있다.

반면 평소 적절한 휴식을 취하고 운동으로 몸을 다진 사람에게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최근 수년새 다시 증가추세에 있는 결핵의 현주소와 원인 및 예방 치료 등에 대해 알아본다.

<> 왜 다시 결핵이 문제인가 =현재 국내에는 39만5천여명의 결핵환자가 존재하고 매년 3천여명이 결핵으로 숨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결핵양성률은 필리핀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영국 프랑스 등에 비하면 거의 10배 수준이다.

여전히 "결핵 후진국"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기존 결핵치료제나 항생제에 대해 내성이 강해진 결핵균이 출현하고 있고 이런 결핵균에 취약한 에이즈도 등장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중 결핵감염률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에이즈가 확산될 경우 덩달아 결핵감염률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수 밖에 없다.

여러가지 약제에 대해 내성을 갖는 다제내성 결핵균의 감염비율은 네팔이 48.0%로 가장 높고 인도 33.8%, 뉴욕 30.1%로 보고되고 있다.

한국은 약 5.3%로 아직은 양호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새로운 결핵약에 대한 연구개발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제약사들도 마진이 적어 생산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중적 인식의 측면에서도 결핵은 광우병보다도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


<> 어떤 사람이 잘 걸리나 =결핵은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

결핵환자와 접촉할 경우 건강한 성인이 결핵에 걸릴 위험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당뇨병 간질환 신부전증 알코올중독 영양실조 등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규폐증과 같은 질환을 갖고 있으면 감염 위험성이 높아진다.

스테로이드나 항암제처럼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약제를 복용하는 환자도 쉽게 결핵에 걸릴수 있다.

흔히 키가 크고 마른 체질을 선병질(腺病質) 체질이라 하여 결핵에 걸리기 쉽다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상 신체조건과는 무관하다.

극단적인 영양결핍, 불결하고 밀집된 주거상태, 통풍과 습도조절이 안되는 실내환경이 결핵에 감염될 위험성을 높인다.

특히 최근에는 마약사용자 외국인노동자 노숙자의 증가로 집단감염의 우려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

<> 예방과 치료 =생후 4주째 BCG 백신을 접종하는게 좋고 신생아때 접종을 못했더라도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가능한 빨리 접종해야 한다.

과거에는 초등학교 5학년께에 추가접종을 실시했으나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아 지난 97년부터는 권장하지 않고 있다.

백신을 맞아도 간혹 결핵에 걸릴 수 있으나 74%는 결핵환자와 접촉했을 때 전염되지 않고 설령 감염되어도 결핵수막염과 같은 치명적인 결핵에 걸릴 위험성이 낮아진다.

BCG 백신은 균을 약하게 해 만든 생백신으로 피부층에 주사한다.

이물질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아기의 어깨나 겨드랑이에 멍울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일본산 BCG 백신은 피부에 대고 꽉 누르면 9개의 바늘이 튀어나오면서 약물이 주입된다.

흔히 "흉이 지지 않는" 백신으로 알려져 있으나 가볍게 누를 경우 흉이 지지 않지만 약물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강하게 누를 경우 제대로 약물이 나오지만 결국 흉이 남는다.

일반적인 BCG 백신이 더욱 효과적이다.

결핵은 약물치료가 주가 된다.

6~9개월 동안 보건소에서 3~4가지의 약을 타서 동시에 먹으면 완치가 가능하다.

2~3개월 뒤 증상이 사라졌다고 약을 끊으면 결핵균이 내성을 가진 채 재발하기 십상이다.

완치 판정을 받을 때까지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핵균이 내성을 가지면 2차 치료는 힘들어진다.

2차 치료 때엔 약을 복용하는 기간이 두배로 늘기 때문에 환자가 괴로워진다.

약물치료가 안되면 한쪽 폐만 상했을 경우 폐를 절제하는 수술을 한다.

인터페론 주사요법도 실시된다.

[ 도움말=심재정 고려대 구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인광호 고려대 안암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