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축구 방송중계권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일본은 중계권 계약을 마쳤지만 한국은 협상에 착수조차 못하고 있다.

FIFA(국제축구연맹) 대행사인 ISL측이 경기방영권료를 지나치게 높게 요구해 방송3사가 구성한 월드컵방송준비위원회(위원장 정철의)가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ISL측은 지난해 6월 한.일월드컵 중계권료에 대해 정확한 액수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98년 프랑스월드컵 때보다 적어도 40배 이상 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 경우 프랑스월드컵때 국내 방영권료가 약 18억원이었기 때문에 무려 7백20억원 정도를 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내 광고시장규모와 경기불황 등을 고려할 때 이는 지나치게 높아 수용할 수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입장.

월드컵방송준비위원회와 ISL은 이르면 이달말 협상을 시작할 전망이지만 한국에 불리한 악재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위성방송인 스카이퍼펙TV가 64개 전경기를 1백40억~1백80억엔에 계약했고 공영방송 NHK가 40경기를 60억~70억엔에 중계하기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98년 프랑스월드컵에 비해 35~50배 정도 높은 액수다.

여기에 MBC는 최근 방송3사간의 협의체(한국방송단)를 무시한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연간 8백만달러(1백억원), 4년간 3천만달러 이상을 지불키로 하고 독점중계계약을 맺었다.

터무니없이 중계권료를 비싸게 지불키로 함으로써 ISL에 월드컵 중계권료 대폭 인상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월드컵은 메이저리그에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비중이 큰 대회다.

이에 따라 방송3사가 중계권료 협상에서 농락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다.

우선 방송 3사는 무너진 합동중계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 월드컵방송준비위원회는 ISL과의 협상에서 국내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철의 월드컵방송준비위원장은 "중계권료 협상은 국익이 걸려 있는 문제"라며 "신중하고도 여유있게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