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말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2001년 겨울은 제 머리 속에 눈을 치웠던 기억들로만 꽉 들어차 있네요.

지난 1월 초부터 영하 17도를 기록하는 엄청난 추위 속에서 등줄기에 땀이 배어나올 만큼 열심히 눈을 치웠습니다.

치워도 치워도 표하나 안나는 그린을 보며 허무감이 들기도 했지요.

열심히 치워 놓으면 다음날 아침 또 이만큼 쌓여버린 잔인한 눈 때문에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골프장은 당분간 정상적으로 플레이하기에 많이 불편하실 거예요.

눈 쌓인 골프장에서의 라운드….

몇 가지만 알려 드릴게요.

우선,목이 긴 양말을 준비해 오세요.

보기에는 흉할지라도 바지단을 접어 양말 속으로 밀어 넣어야 눈이 맨살로 파고들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티잉그라운드마다 거의 고무티를 써야 할 것입니다.

볼은 빨간 것으로 준비해 오세요.

적어도 한 홀에 한 개씩 잃어버릴 각오를 하고 18개 이상 갖고 오셔야 합니다.

이는 눈 속에서는 평소와 달리 정확하게 쳐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요.

눈 위에 볼이 떨어지면 그 곳에 작은 구멍이 생깁니다.

구멍을 잘 찾아서 그 속을 파보면 볼이 예쁘게 숨어 있지요.

볼을 찾으면 소풍날 보물찾기에서 숨겨놓은 보물을 찾은 것 같은 쾌감이 있답니다.

볼이 러프에 빠졌을 때는 거의 포기하셔야 합니다.

볼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더라도 꼭 찾아야만 한다는 끈기와 집념,오기 등이 있다면 그것들은 집에다 잘 보관해두고 오십시오.

''못 찾을 볼이 아닌데…''라는 안타까운 상황이 많이 연출되므로 모두 함께 볼을 잘 봐주고 찾아주는 협동심도 발휘하셔야겠지요.

요즘 라운드하면 손님들께 늘 듣는 말이 있습니다.

"언니야,우리 미친 X지?"라고요.

그런 질문에는 그냥 웃고 넘어갑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은 골프를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운동하러 왔다''라는 마음가짐을 꼭 가져야 합니다.

꼭 골프를 해야 맛인가요?

겨울철에 한두 번 정도 이렇게 눈 쌓인 필드에서 빨간 볼을 캐내 가며 운동하는 것도 색다른 겨울골프의 맛이 아닐까요.

골프스카이닷컴(www.golfsky.com)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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