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이 없고 얼굴이 창백하며 잘 보채는 어린이가 있다면 빈혈을 의심해봐야 한다.

소아의 빈혈은 성인과 달리 어지럽고 쓰러지는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다.

심한 경우에는 이런 증상을 보일수 있으나 소아가 어지러워하거나 기절하는 현상은 다른 원인에 의한 경우가 더 많다.

철분이 부족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다.

면역기능도 약화돼 감염이 잘되고 때로는 이식증(흙과 같이 이상한 물질의 맛을 보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오세욱 인제대 서울백병원 소아과 교수는 "소아빈혈은 천천히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의 얼굴을 매일 보는 부모는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손바닥에 핏기가 없거나 눈의 결막을 뒤집어 봤을때 창백하면 빈혈이 온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아빈혈은 거의 대부분 철결핍성 빈혈이다.

몸의 철분이 부족해 피를 생성하는 골수에서 적혈구를 효과적으로 만들지 못해 생긴다.

성인의 경우는 주로 위장관 벽에서 감지못할 출혈이 발생,적혈구가 유실돼 빈혈이 생긴다.

반면 소아의 경우는 철분흡수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다.

오 교수는 "모유가 신생아에게 가장 완벽하고 좋은 음식이지만 필요이상 오래 수유하면 철분을 비롯한 각종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할 수 없다"며 "생후 6개월부터는 철분을 함유한 보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유나 분유는 철분함량이 매우 낮아 생후 6개월부터 모든 영양을 여기에 의존하면 철결핍이 일어난다.

생후 6개월까지는 태반을 통해 엄마로부터 받은 저장철이 충분하므로 철분섭취가 문제되지 않으나 이후에는 저장철이 고갈되므로 생후 1년까지는 철분을 강화한 분유나 이유식을 먹여야 한다.

생후 6개월 이전에 생우유를 먹이면 철결핍성 빈혈을 초래할 위험이 높다.

생우유의 철함량이 낮을 뿐만 아니라 우유단백질로 인해 위장관이 출혈될 위험이 있다.

이밖에 <>미숙아나 저체중아로 출생한 경우 <>두살 이후에도 우유만 주식으로 먹는 경우 <>엄격하게 채식만 하는 경우 <>월경을 일찍 시작했고 월경량이 많은 경우 <>운동선수인 어린이일 경우엔 철결핍성 빈혈이 생기기 쉽다.

이런 경우에는 미리 빈혈에 대비해 소아과 전문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더러 임의로 철분제를 먹이는 부모도 있으나 정확한 혈액검사없이 철분을 필요이상 과다 복용할 경우에는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철결핍성 빈혈로 진단돼 철분제를 복용하면 대부분 일주일내에 크게 호전된다.

그러나 철분이 완전하게 보충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혈액검사로 볼때 빈혈이 사라진후에도 2~3개월 정도 더 복용해야 한다.

소아의 경우 주로 시럽제제를 먹게 되는데 대변이 검은 색으로 변하고 냄새가 많이 나더라도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치아의 색도 변할수 있는데 시럽을 먹고 난후 물로 헹구면 변색이 덜 된다.

(02)2270-0057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