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샷이 바둑의 포석단계라면 아이언샷은 중반,퍼팅은 끝내기와 다를 바 없지요.

자기와의 싸움을 축으로 하는 멘털 게임이라는 점과 남녀노소가 평생 동안 끝없이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골프와 바둑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최대 바둑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권갑용 6단은 골프와 바둑은 공통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권 6단은 그래서인지 구력이 3년인데도 불구하고 실력이 일취월장해 싱글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국내 바둑인 중에서도 ''최고수''의 골퍼다.

권 6단은 그러나 바둑과 골프에 차이점도 많다고 말한다.

바둑은 한달여를 쉬어도 실력이 주는 것을 별로 못 느끼는데 골프는 일주일만 안해도 그립잡는 게 생소하게 느껴진다는 것.

그는 97년 말 골프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매일 2시간씩 연습장에 간다.

그가 지금까지 필드에서 배운 중요한 교훈은 ''겸손''이다.

즉 잘 치려고 마음 먹으면 볼은 멀리 달아난다.

위기에서 파를 잡으려다가 더블보기로 무너진 것은 또 얼마나 되는가.

그럴 때면 ''악수는 악수를 부른다''는 바둑격언이 떠오르곤 했다.

반면 처음부터 보기를 목표로 하면 뜻밖에 파나 버디를 잡을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의 장기는 아이언샷이다.

롱아이언샷에선 먼저 거리 욕심을 버린다.

거리에 집착하면 템포가 빨라져 실타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그는 홀이 실제보다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고 샷을 날린다.

롱아이언을 쇼트아이언처럼 처리하려고 하는 일종의 자기최면인 셈.

쇼트아이언샷은 상황에 따라 대처법이 다르다.

1백20야드 거리에선 피칭웨지로 풀스윙을 하지만 홀까지 80∼90야드 남았을 땐 피칭웨지로 하프스윙을 한다.

백스윙은 같지만 폴로스루는 작게 하는 것.

50야드 이내에선 띄우기보다 굴리기를 선호한다.

특히 그린이 크고 별다른 장애물이 없으면 7,8번 아이언으로 굴린다.

그래야 정확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린사이드에서는 웨지보다 퍼터를 자주 빼든다.

''최상의 어프로치보다는 최악의 퍼팅이 낫다''는 격언 그대로다.

그는 "골프는 바둑보다 변수가 많아 더욱 어렵다"고 말한다.

바둑에선 이창호가 독주하지만 골프에선 타이거 우즈의 경쟁자들이 많은 것을 보면 증명된다는 것.다만 바둑과 골프의 승부,그 자체는 최고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같다.

그의 골프입문 동기는 재미있다.

그가 대한생명 바둑고문으로 일할 당시 제자였던 김광평 부회장으로부터 내기골프 제안을 받은 것.

권 6단이 홀마다 10타 내로 홀아웃하면 이긴 것으로 쳐주겠다는 조건이었다.

권 6단은 해볼 만하다고 판단,김 부회장에게서 클럽을 얻어 3일간 연습한 뒤 생애 첫 필드에 나섰다.

그러나 수많은 실타 끝에 10대 8로 지고 말았다.

그는 캐디들로부터 조소를 받은 뒤 분기,본격적으로 골프에 몰입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