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새벽,집을 빠져 나오는 사람들.

가족들이 잠을 깰까봐 고양이 걸음이다.

세수도 고양이 세수,행여 아내가 깰까봐 옷장 문을 열고 닫는 데도 식은땀이 흐른다.

하물며 챙겨주는 아침식사를 먹고 오기는 웬만큼 간이 크지 않고서는 힘들다.

몰래 들어간 밤손님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조심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모처럼 맞는 휴일,가족들을 팽개치고 나와야 한다는 미안함 때문이다.

클럽하우스에 모여서는 얼마나 조심스럽게 집을 빠져나왔는지 무용담들을 펼치곤 한다.

그렇게 간 골프장에서 마음인들 편할까?

볼이 잘 맞아 즐겁다 하더라도 마음 한쪽에는 집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싸''하게 밀려든다.

가족들과 함께 하지 않았다는 미안함도 있지만 그 좋은 골프장을 나혼자 누리고 있다는 미안함 때문이기도 하다.

골프장,혼자 즐기기에는 너무 아까운 곳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들에게도 그곳을 보여주고 싶은데,그들에게 골프를 배우라고 말하는 것외에는 방법이 없다.

만약 나보고 골프장을 만들라고 한다면,나는 이왕 만드는 것,한 홀 추가해 19홀을 만들겠다.

그 19홀은 골프를 치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홀과 똑같이 벙커도 있고,잔디도 있고,호숫가도 있다.

집에서 버젓하게 같은 차로 출발한 가족들이 그곳에 도착한다.

골퍼는 골프장으로 향하고 가족들은 이 19홀로 향한다.

벙커에선 아이들이 모래장난을 칠 수 있으며,잔디에선 아내와 딸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도시락을 준비할 수도 있다.

함께 온 동반자의 가족끼리 편을 짜 공놀이나 카드놀이를 하기도 한다.

워터해저드에서는 연로하신 부모님이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골퍼의 가족들에게도 골프장의 내음과 풍경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코스가 있었으면 한다.

''골프장 한 홀을 더 조성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지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좋다는 골프장 구경을 평생 한 번도 못해보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공원 귀퉁이 한 평의 잔디에도 환호하는 가족들.

그들에게 골프장의 넓은 초원을 보여주면 너무 좋아 기절할지도 모른다.

고영분 방송작가 godoc10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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