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에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보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도서관에 가는 것이 고달프다는 이야기,시험에 대한 스트레스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시험 전날 일기에는 ''내일 서울 시내에 호랑이 1천마리가 풀어진다면 시험을 안봐도 되겠지?''라는 위험하고 우스꽝스러운 상상까지 했었다.

타의에 의해 억지로 움직였던 시절의 일기다.

올해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새해 계획을 짰다.

부모님께 더 잘 해드리기,다이어트하기,저축 얼마 하기… 등.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거기에 한가지 추가된 것이 있다.

가장 첫번째 줄에 쓴 올해 목표 No.1 ''골프 잘치는 여자가 되자''였다.

지난해에 골프로부터 받은 스트레스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한 해가 꼬박 지나도록 줄지 않는 스코어의 파장은 골프에만 그치지 않았다.

자신감의 문제였다.

골프가 뜻대로 되지 않으니 다른 일에도 의기소침한 적이 더러 있었다.

나는 한 여류명사의 이야기를 모델로 삼기로 했다.

그 분은 몇 달 전 TV에 나와 자신의 성공담을 이야기했다.

60분 동안 무척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딱 한 구절이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회사 근처 골프연습장으로 향했다는 이야기.

프로골퍼도 아닌 그녀가 어디 골프 하나 때문에 새벽에 그 일을 했겠는가?

아무도 없는 연습장에 불을 켜고 들어가 볼을 날리면 남들보다 먼저 깨어 뭔가를 한다는 뿌듯함과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 남다른 오기가 그녀의 성공을 불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0년 전,독기를 품고 하던 시험공부의 10분의 1의 노력만 골프에 쏟아도 골프는 될 것 같다.

비록 호랑이를 풀고 싶을 만큼의 스트레스는 없지만,자의에 의해 해야 하는 것이라 더 힘들지도 모른다.

골프를 잘 하지 못한다고 탓할 사람은 없지만,그 작은 볼 하나 내 뜻대로 하지 못하면 무슨 일인들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다.

''잘 치는 골퍼''로서만 끝나는 게 아니다.

뭐든 ''잘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잘 치는 골퍼,잘 하는 사람이 어디 스코어나 결과로만 따져지겠는가?

도움을 주는 캐디에게 감사하듯 도움을 주는 모든 이에게 감사하기,골프를 할 수 있는 내 여건에 감사하듯 일할 수 있는 직장과 여건에 감사하기,함께 해주는 동반자에게 감사하듯 함께 밥 먹어주고 이야기 나눠주는 직장동료에게 감사하기….

올해 초보골퍼가 골프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들이다.

고영분 방송작가 godoc100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