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부터 매주 금요일자에 "소설가 김주영의 골프에세이"를 싣습니다.

"객주" "아라리 난장"등의 작품으로 독자들과도 친숙한 김주영(61)씨는 구력 1년이 채 안된 초보골퍼입니다.

이 난을 통해 골프를 배우면서 직접 체험한 얘기와 에피소드,지난(至難)한 골프의 "역정"등을 소설가의 필치로 풀어나갈 것입니다.

---------------------------------------------------------------

나를 골프라는 ''고행의 길''로 처음 인도한 분은 (주)파라다이스의 전락원 회장이다.

지금으로부터 1년반 전인 어느 여름날,장충동 근처의 냉면집에서 전 회장은 문득 골프를 배워보라는 권고를 했다.

느닷없는 권고에 나는 얼떨결에 배워보겠다는 대답을 하고 말았다.

골프채의 모양새조차 짐작하지 못했던 때였을 뿐만 아니라 내심으로 골프라는 운동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선뜻 나서기가 주저됐다.

내가 대수롭지 않게 배워보겠다는 대답을 한 것도 그냥 지나치는 말 한마디를 던진 것이겠지 하는 짐작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오후 전 회장은 내 집필실로 골프채 한 세트를 선물했다.

그 후 이 분은 해외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이면 반드시 비서실을 통해 내 진도를 점검하곤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얼떨결에 한 약속이든,소신을 가지고 한 약속이든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의 신뢰감에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1년 전부터 나는 내키지 않은 연습장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습을 시작한 지 1년 후,회장의 친구 두 분과 같은 조가 되어 비전힐스CC에서 첫 경기를 하게 됐다.

그런데 전 회장은 17홀을 돌도록 티샷을 날릴 때 사뭇 5번아이언만을 사용하고 있었다.

5번아이언만을 고집하고 있는 그 분의 속깊은 뜻을 알아차린 것은 마지막 18번홀에 도착했을 때였다.

비로소 1번우드를 사용해 보겠다는 말 끝에 참고 참아왔던 볼 한 개를 호쾌하게 날려보내는 것이었다.

17홀을 돌 때까지 초보인 내가 기가 질릴까 사뭇 배려해 왔다는 것을 그때서야 깨달았다.

골프라는 운동이 갖는 심오한 철학적 의미를 행동으로 가르쳐준 최초의 일이었다.

그리고 말씀 한마디,욕심을 갖지 말라.

''세상의 수다한 운동경기 중에 유일하게 골프는 욕심을 가지면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흘러가야 할 것 같다.

/jykim@paradi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