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손님중 배가 가장 많이 나온 아저씨가 있었죠.

자칭 타칭 ''왕 싱글''이라더군요.

오랜만에 멋진 드라이버샷을 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 생각하니 기쁘기 그지 없었죠.

그러나 ''혹시나''했는데 ''역시나''더군요.

''왕 싱글''이라고 입이 마르고 닳도록 자랑하던 아저씨는 초반부터 트리플보기를 밥먹듯 했습니다.

동아웃코스 8번홀.

"오늘은 핀이 그린 중앙에 있습니다.1백40야드만 보세요"했더니 그 아저씨는 "공갈 아니야?"라고 하더군요.

그는 ''공갈''이라는 단어를 무척 좋아하더군요.

거리만 말해주면 무조건 "공갈 아니야?"라며 온갖 공갈 협박을 하며 물어보더라고요.

나인을 돌고 스코어를 종합해 보니 ''왕 싱글 공갈아저씨'' 48타,다른 분들은 45타.

열받은 그 아저씨는 ''핸디캡''으로 준 돈을 달라고 하더군요.

캐디하면서 그런 경우는 처음 봤어요.

그 아저씨는 그날 남자가 지닌 치사함과 뻔뻔함의 극치가 어떤 것인지 확실히 보여줬죠.

자신의 샷이 성공적이면 온갖 요상스러운 포즈와 함께 얼마나 ''오버''하는지.

코스가 떠나가라고 소리소리 지르며 난리 법석을 떱니다.

동인코스 14번홀.

1백30야드 정도 남았지요.

우리 골프장은 거리표시를 모두 야드로 통일하고 있습니다.

1백50야드는 황색,1백야드는 적색으로.

그런데 그 아저씨는 야드 말고 미터로 계산해 말해달라더군요.

싱글이면 그 정도는 자신이 알아서 해야 할 몫 아닌가요.

게다가 열심히 머리를 써 계산해주면 "공갈 아니야?"라고 하니 복장이 터지죠.

더더욱 황당한 일은 동인코스 16번 파3홀에서 일어났어요.

그 아저씨는 홀옆 4m 거리에 온이 됐습니다.

첫 퍼팅이 홀 왼쪽으로 흘러 1m 지점에서 멈췄지요.

그런데 마크를 한 후 장난하듯 볼을 홀 쪽으로 또르르르 굴려서 퍼팅라인을 파악하는 수법을 쓰더군요.

인간적으로 정말 실망스럽더군요.

후반 들어 돈도 무지하게 많이 땄어요.

17번홀에서 그 아저씨는 시퍼런 돈을 한 움큼 꺼내더니만 침을 ''퉤퉤'' 뱉어가면서 세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 "음.오늘 일당은 벌었네"

혹시 여러분들도 그러는 것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세요.

/레이크사이드CC 캐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