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나를 ''포기''하게 했던 순간들은 언제인가?

내 성적으로는 힘들었던 그 대학,내가 다가서기에는 너무 콧대가 높았던 그 남학생….

몹시 원했으나 다가서기에는 너무 막강한 상대 앞에서 나는 포기와 대안을 찾았었다.

다른 학교를 택했고 다른 남학생과 사귀었다.

그리고는 예전의 그 애틋한 바람들을 잊고 쉽게 적응해갔다.

얼마 전 골프 선배들과 함께 20만원까지 올라버린 골프장 그린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수십년간 골프를 치며 ''골프 없인 못살아''를 신조로 여기는 분들이었지만 그들에게도 20만원 그린피는 충격이었나보다.

거기에 캐디피,만만치 않은 음식값을 더하고 나면 네 명이 1백만원을 갖고 가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골프에 대해선 언제나 긍정적이던 그들이지만 "심하다.이래서 어디 골프 치겠냐.안치고 말지"라는 말도 종종 들렸다.

심지어 한 퍼블릭 골프장을 경영하는 분도 우려섞인 목소리를 얹는다.

"소위 명문 골프장이라는 곳이 그렇게 가격을 띄워놨으니 다른 골프장들도 명문이라는 타이틀을 쫓아가기 위해 가격을 올릴 거예요.

그에 편승해서 가격 올리면 돈 많이 벌고 우리야 좋지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듯 싶어요.

골퍼들의 일방적인 짝사랑을 담보로 계속 가격을 올리고 있지만….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골퍼들이 무력감에 빠지다가 결국은 외면하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현재 조금 비싼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골프장을 찾았던 이들도 어느 상황에 다다르면 마음을 돌려버리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골프장을 운동 때문에 찾았던 이들은 헬스클럽이나 테니스 코트로 향할 것이고,''자연과의 교감'' 때문에 찾았던 이들은 산이나 강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하지만 운동,자연과의 교감은 대안으로 풀 수 있지만 골프가 주는 짜릿짜릿한 묘미는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까.

마음이 심난해지는 구절이다.

나에 대한 상대의 사랑이 맹목적이라는 것을 믿고 언제까지 콧대를 세워서는 안된다.

아무리 애절한 사랑을 했어도 내 힘으로 버거운 상황이라 파악되면 포기하고 돌아서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선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

고영분 방송작가 godoc1003@hanm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