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의 다른 주요 부품과 달리 불알은 유별나게 외곽 오지에 위치해 있다.

태아시절 고환은 뱃속에 존재한다.

셋방살이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태아가 성장하면서 일정한 경로를 따라 이사를 간다.

번잡한 도심을 피해 한적한 전원에 정착하기 위해서다.

태아가 세상에 태어날 때쯤이면 고환은 사타구니 터널을 빠져 나와 밖으로 돌출, 드디어 2세대 연립주택에 완전 입주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든 고환의 이주(移住)가 방해받으면 고환은 노상(路上)에 그대로 주저앉아 가건물을 짓고 그곳에 안주, 마이홈을 포기하고 만다.

당연히 불알 주머니가 비게 돼 아무 것도 만질 수 없다.

이 상태가 정류고환 또는 잠복고환이다.

외불알 노불알은 전체 남자의 0.8%를 차지한다.

남자 1백25명당 한명 꼴이다.

고환이 가건물을 지은 장소에 따라 복강내 정류고환, 서혜부 정류고환, 치골전부(前部) 정류고환으로 분류된다.

이중에서 치골전부 타입이 가장 흔하다.

또 고환은 전용도로 이외의 장소에 주저앉아 음경이나 허벅지 같은 곳에 가건물을 축성하기도 한다.

이를 정류고환과 구분해 이소(異所)고환이라고 부른다.

정류고환의 가장 큰 문제는 정자를 제조하기 위한 최적의 온도 조절이 어렵다는 점이다.

즉 남성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고환내의 정자 제조기인 세정관 내부의 생식세포는 체온과 동일한 온도에서 쉽게 파손되기 때문이다.

생후 9개월 정도의 상태에서 방치돼 있으면 고환의 미세 구조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정류고환에 의한 남성불임 가능성을 극소화하기 위해서는 첫 돌 이전 음낭 이외에 기숙하고 있는 정류고환을 불알 주머니 내부로 강제 이주시켜야 한다.

실제로 생후 9개월이 지나면 뱃속에 들어 있는 고환이 저절로 제 집을 찾아 들어오는 일은 거의 없다.

양측성 정류고환을 수술로 교정해 주면 정액 소견의 정상화는 27%에 불과하지만 적기에 외불알을 잡아주면 53% 가량이 자녀를 생산할 수 있다.

이처럼 고환의 자택(自宅) 구인(拘引)으로 모두 자녀 생산 능력을 보유할 수 없는 까닭은 정류고환에 원천적 결함을 동반하는 일이 많고 고환의 정류시기에 체온에 의해 형성된 자가항체 때문이다.

정류고환은 암 발생률이 매우 높다는 사실에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

따라서 이미 성인이 된 이후에는 정류고환을 절제한 후 인조고환을 설치하는게 더 바람직하다.

준 남성클리닉 원장 jun@sne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