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올림픽 공식 스폰서들의 심기가 요즘 크게 불편하다.

시드니올림픽조직위원회(SOCOG)의 철저한 상업성 배제 방침에 따라 올림픽 기간내내 홍보효과를 전혀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돈으로 한 회사당 수백억원이 넘는 막대한 후원비용을 고스란히 날릴 판이다.

SOCOG는 지난 96년 상업성으로 얼룩졌던 애틀랜타올림픽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번 대회 경기장 어디에도 공개적으로 광고문구는커녕 자사 브랜드조차 내걸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그래서 TV화면에 보이는 경기장에는 시드니올림픽 로고 외에 아무 것도 없다.

TV중계 카메라에 자주 잡히는 위치에 브랜드를 매복시켜 놓았다가 간접홍보를 노리는,이른바 ''매복 마케팅''은 아예 법으로 금지했다.

''팀 밀레니엄 올림픽 파트너''란 이름이 붙은 11개 공식스폰서는 기껏해야 조그만 간판에 단체로 회사로고와 이름을 새겨놓을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곳곳에서 불만을 터뜨리는 스폰서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맥도날드사는 최근 올림픽파크내에서 호주산 햄버거가 판매되고 있자 이를 금지해 달라며 SOCOG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올림픽기간에는 스폰서인 맥도날드사의 햄버거만 팔아야 한다는 것.

코카콜라는 관람객들이 경쟁사인 펩시콜라 이름이 새겨진 캔이나 옷을 올림픽파크내로 갖고 올 경우 압수해달라고 요구했다.

40년 넘게 올림픽을 공식후원해온 IBM은 이번을 끝으로 더이상 공식후원을 하지 않기로 최근 결정했다.

막대한 투자비용에 비해 홍보효과는 ''별로''라는게 스폰서 탈퇴 이유다.

한국에서는 삼성이 유일하게 올림픽 공식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올림픽파크내에 홍보전시관을 설치해 큰 호응을 얻고는 있지만 현지 상황이 이러니 전세계로 삼성을 알리는 데는 미흡한게 사실이다.

시드니올림픽의 상업성 배제원칙이 다음 대회에도 이어질 경우 기존 스폰서나 스폰서를 원하는 기업들은 투자비용과 홍보효과를 놓고 검토에 검토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시드니올림픽은 이래저래 스폰서 업체들엔 사상 최악의 올림픽으로 남을 전망이다.

시드니=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