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옆에 탄 사람이 답답할 정도로 자동차를 너무 점잖게 운전하는 분이 있다.

그런데 이 거북이 신사분이 얼마 전에는 피끓는 카레이서로 변모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골프장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지 40분 정도가 지나서야 골프채를 챙기지 않은 것을 깨달은 것이다.

다시 채를 챙겨 골프장으로 향하는 도로에서 그 분은 10년 동안 저지를 불법을 한꺼번에 다 저지르는 듯 아슬아슬한 운전을 했다고 한다.

''본인 사망시를 제외하고는 꼭 지켜야 하는 것이 골프약속''이라는 원초적 매너 앞에서 위험을 무릅쓴 운전을 하게 된 것이다.

골프에서의 시간엄수는 너무도 기본적인 항목이다.

하지만 얼마 전 나는 이 원초적 매너를 어겼다.

길눈도 밝고 시간 단축하며 운전하는 것에 자신이 있었던 나는 약간 빠듯하게 출발했다.

늘 그렇게 떠났어도 늦은 적이 없었는데….하지만 초행길,한 곳에서 30분 동안 정체돼 있다보니 이미 내 정신이 아니었다.

10초 간격으로 시계를 보며 발을 동동 구르다가….''차라리 옆 산비탈로 새서 산을 넘어가 볼까.

이게 오토바이였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하고,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차들이 원망스러워 이유 없이 노려보기도 했다.

결국 나는 5분 늦게 티잉그라운드에 올랐다.

하늘같은 선배들은 기다림에 지쳐 이미 티오프를 한 상태였고 뒷팀의 볼을 피해 허겁지겁 2번 홀로 달려가 참여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그렇게 허겁지겁 치는 볼이 잘 맞을 리 없었다.

지각을 상쇄하기 위해 연습스윙도 거르고 샷을 해댔고 다른 사람이 샷할 동안 구석에서 눈치보며 연습스윙을 해야 했고 다음 홀로 이동하는 동안 선크림을 발라야 했다.

하지만 평정심을 잃은 것이 어찌 나뿐이랴.기다리면서 계속 내게 핸드폰을 걸어보고 티잉그라운드에서도 이제나 오려나 뒤돌아보고 안쓰러운 마음을 안고 먼저 티오프하고 뒤늦게 도착한 나를 안심시키느라 더 분주한 선배들….

티 타임은 골프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아니라고 한다.

티오프 시간 45분 전에 도착해 옷 갈아입는 데 10분,동반자들과 인사하고 커피 마시는 데 15분, 몸 푸는 데 10분, 티에 나가 순서 기다리는 데 10분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그 영혼이 따라올 시간이 필요하다던데….그 시간 45분을 챙기지 못해 다섯 시간 플레이 내내 내 마음은 도로 위에서처럼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고영분 < 방송작가 godoc100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