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골프기자를 할때 누군가 말했다.

"유니텔 골프동호회에 들어가면 떠리원통신이라는 제목으로 캐디가 올리는 글이 있으니 읽어보라"고.

읽어 본 결과 재미는 있었지만 통신용 언어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스타일이 몹시 생경했다.

그후 필자가 골프사이트를 만들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떠리원"이었다.

기자가 쓰는 정통적 글 보다는 캐디의 입장에서 쓰는 "현장의 글"이 훨씬 유인점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

예상대로 골프스카이닷컴의 "떠리원 통신"은 화제가 됐다.

글을 올리면 당일 조회건수가 1천5백건이 넘었고 며칠 지나면 4천건도 쉽게 넘었다.

언제나 골퍼들 입장에서의 글,기자들이 쓰는 글만 읽어왔던 골프독자들은 그 "반대적 입장에서의 글"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던 모양이다.

떠리원이 뜨자,각 인터넷 골프사이트,심지어는 기존 신문에서도 캐디들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캐디들이 글을 쓰는 데는 여러가지 시각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그 이면이다.

글을 쓰는 캐디본인이나 그 글을 올리는 인터넷의 입장은 "그들 시각도 골퍼들이 알면 좋고 그런 오픈 마인드가 이땅의 골프문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수 있다"는 것이다.

캐디들이 올리는 글에 어떤 메시지가 전혀 없이,그저 일방적 한탄이나 잡문에 그친다면 아마 독자들이 먼저 외면할 것이다.

그런데 부작용은 엉뚱한 곳에서 나타난다.

선의이기는 하지만 골퍼들이 "글쓰는 캐디"가 있는 골프장에 가면 꼭 그를 찾거나 다른 캐디에게라도 그 "주인공"에 대해 묻는다고 한다.

한두사람이 아니고 하루 수십명이 그런다고 치면 어떻게 될까?

이같은 풍경은 당사자에게 직간접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그 모든게 귀찮은 일임이 분명하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다.

일부 매스컴에서는 캐디를 인터뷰한후 각색을 통해 "골퍼들을 비난만하는 캐디"로 그들 모습을 그려 놓기도 한다.

용기와 함께 그저 착한 맘으로 글쓰는 그들 입장에선 결코 원치 않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보이는 그대로 보고,더 이상의 간섭,참견을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 용기있게 사는 그들을 보호하는 길일 것이다.

* 객원전문위원 골프스카이닷컴 대표 hksky@golfsk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