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티켓을 받아드니 꽤나 익숙한 모대기업 회장님 성함이 있더라구요.

워낙 "거물급"이라 약간의 긴장과 부담감을 느끼며 북아웃 코스로 나갔지요.

작대기로 오너 뽑기.

회장님이 "오너"답게 역시 1번을 뽑으시더군요.

앞팀의 세컨드샷이 끝나자 "치셔도 됩니다"라고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탁" 소리가 나며 볼 하나가 티오프됐습니다.

회장님은 티꽂고 볼을 놓자마자 바로 드라이버를 휘두르신 겁니다.

페어웨이나 그린에서도 연습스윙없이 한번에 끝내시더군요.

어드레스가 너무 길어서 종종 숨막히게 하는 분들 있잖아요.

한참을 서 계시다가 이제 치겠다 싶으면 뒤로 다시 와서 앞한번 보고,이제 치겠지 하면 연습스윙하는 분들.

또 스탠스 취한다음 한참 볼을 노려보다가 어깨나 허리 엉덩이를 여러차례 흔든다음 치시는 분들...

회장님한테 좀 배우셔야겠더라구요.

회장님은 그린에 도착해보면 볼을 닦기도 전에 퍼팅을 끝내버렸죠.

핀이 있어도 아무 상관없다는듯이 퍼팅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회장님 볼이 그린에 올라가면 저는 무조건 뛰었답니다.

5번홀인가.

회장님 드라이버샷이 OB가 났어요.

동반자들이 볼 하나 더 치시라고 권하자 "그냥 가자"시며 출발해 버리더라구요.

수풀속에서 볼을 찾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없으면 역시 "그냥 가자"입니다.

회장님이 돈이 많으니 그까짓 볼 한개쯤이야 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회장님 손에 들려져 있는 티를 보았더니 네 귀퉁이 떨어져 나가고 겨우 볼 올려놓을 수 있는 티를 쓰시더라구요.

어쩌다 앞팀이 못찾고간 티를 주워드렸더니 무뚝뚝한 표정에 웃음을 보이시던걸요.

돌아가신 삼성의 이병철회장님도 생전에 골프치실때 앞팀이 흘리고간 티 하나를 주우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웃으셨다고 하더라구요.

아무튼 회장님,그런 작은 것에도 검소함이 배어 있었어요.

이런 말씀도 하시더라구요.

"알뜰하고 아껴야 하는거다"라고.

특히 혼자 플레이하기도 힘드실텐데도 오르막이나 조금 힘들것같은 곳에서는 어김없이 카트를 함께 끌어주시더라구요.

그럴 때에는 어떤 감동까지 밀려오더군요.

그런 회장님께 전 웃음으로 화답을 해드렸죠.

그날 회장님 스코어는 1백타를 넘었지만 매너 역시 1백점을 드리고 싶었답니다.

태광CC 안승희 www.golftop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