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였다.

내가 K언니를 "라이벌"로 생각하게 된 것은.

사실 그날 플레이를 하기전까지는 그 언니가 내 라이벌이라고는 감히 생각지도 않았었다.

K언니는 나보다 구력이 몇 년이나 더 되었고,나보다 라운드 기회도 많았고,분명 나와는 비교도 안 되는 고수라고 생각했었으니까...

처음 K언니와 플레이를 한 그 날.

나보다 한 수 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언니는,몇몇 홀에서는 티샷 거리가 나보다 짧았으며,나와 마찬가지로 퍼덕거리기도 몇 번 했다.

전반 9홀을 돌고 나서 스코어카드를 보니 몇 타 차이가 나지 않았다.

언니는 무척 실망한 듯 했고,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제 내가 조금만 더 갈고 닦으면 언니를 제압할 수 있겠구나.

구력도 얼마 안된 내가 저 언니를 압도하다니...

나는 역시 골프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가보다"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리고 1년후.

내가 1백타도 훌쩍 넘겨 볼을 치고 오는 날,핸드폰이 울렸다.

K언니였다.

"영분아.기뻐해줘.내가 오늘 몇타를 쳤는지 아니? 85타를 쳤단다.
와하하...너무 신난다"

"언니 대단하네.올 가을에 프로테스트 봐도 되겠는걸? 정말 좋겠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예전의 그녀가 아닌 K언니앞에서 내 골프가 너무 초라하게 생각되었다.

어제의 라이벌이 프로테스트를 본다는데 나는 아직도 클럽별 거리조차 생기지 않았으니...

"나도 한다고 했는데 일년동안 이렇게 큰 차이가 나다니..."

어제 K언니를 모임에서 또 만났다.

언니가 85타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동안 "나는 언제쯤 좌중앞에서 저렇게 내 골프 이야기를 신나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속이 쓰려왔다.

내 주위에는 구력이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1백타 밖에서 머무르는 분이 있다.

"10년이 넘게 1백타 밖에서 머무르고 있으니 그 속이 오죽 탔겠느냐?"라는 말에 웃기만 했었는데,이제 그 속이 얼마나 탔을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타수가 줄어들 줄 알았는데...

스코어는 구력하고는 상관이 없는가보다.

나도 그 분에게 타는 속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겠다.

< 고영분 방송작가 godoc100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