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너무도 믿음직스러운 드라이버가 있다.

연습장에서 주위사람들 보란듯이 자랑스럽게 꺼내들던 드라이버였다.

나로 하여금 존 데일리가 아닌 "고 데일리"라는 찬사를 듣게 해주던 녀석이다.

요즘 그 드라이버가 찬밥이 되었다.

최근 몇개월동안의 라운드에서 번번이 낭패를 보았기 때문이다.

얼마전 라운드에서도 90%이상 악성 슬라이스를 내고 말았다.

예전같으면 제아무리 좋은 채라도 눈길 한번 안주던 나였는데...

상황이 이쯤되니 신종 드라이버 하나로 눈길이 간다.

기준이상으로 거리가 나서 대회에선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소문이 난 드라이버이다.

그 소문을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제품 사진만 봐도 탐이 난다.

나를 단숨에 2백30야드로 이끌어 줄 것 같다.

마음이 이쯤되면 안사고는 못배길텐데 그래도 내 채를 지키고 있는데는 이유가 있다.

얇은 주머니 사정,그리고 지금은 찬밥이지만 언젠가 내 드라이버가 다시 빛을 발해줄 것에 대한 강력한 믿음 때문이다.

내가 아는 노부인이 계시다.

노부인은 먹감나무 드라이버를 쓰신다.

젊은 시절에 구입한 것인데 당시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렇지 요즘 좋은 채가 얼마나 많이 나왔는데,여건도 되면서 왜 그 채만 고집하시냐고 물었다.

노부인 왈,그 감나무 채가 가장 잘 맞아주었던 시절의 화려한 추억때문이란다.

그 기억때문인지 웬만한 다른 채에는 믿음이 안간다는 것이다.

그날,따박따박치는 그 노부인의 골프가 신제품으로 휘휘감은 나보다 스무타는 앞서 나갔던 듯하다.

골프백화점이 가장 성황을 이루는 시간은 일요일,그것도 셔터문 내리기 바로 전인 오후 7시대라고 한다.

십중팔구 그날 필드에서 엄청나게 미스샷을 낸 사람들이 허겁지겁 달려오는 것이다.

막대한 손해(?)를 보고 홧김에 와서 얼떨결에 그냥 잘맞는다는 채를 사간단다.

그런 손님은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채를 사려고 다시 온다고 한다.

비록 잠시 흔들렸지만 난 지금의 드라이버를 굳게 믿기로 했다.

내가 이렇게 믿고 있으니 그 녀석도 분명 할머니가 된 나를 따박따박 이끌어주겠지...

< 고영분 방송작가 godoc1003@hanmail.net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