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나이웨이9단이 조혜연2단을 꺾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루이9단은 16일 한국기원내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회 흥창배 세계
바둑대회 제2국에서 조2단과 중반까지 격전을 벌이다 중앙좌변 흑대마를 잡아
1백46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이에따라 세계바둑여왕은 18일 열리는 제3국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이번 대회는 한국경제신문사와 바둑TV가 공동 주최하고 흥창이 후원하고
있다.

흑을 쥔 조2단은 이날 실리위주의 작전으로 공세를 펼쳤지만 중앙전투에서
루이9단의 계속되는 공격에 대마가 붙잡혀 무릎을 꿇었다.

루이9단은 이창호9단과 조훈현 9단을 깨뜨린 "여류세계최강"답게 설욕전을
무난히 승리로 이끌었다.

조2단은 1국때처럼 실리위주의 포석을 전개해 3귀에서 집을 구축했다.

조2단은 상변에서 세력을 쌓은 뒤 우변에서 백을 양분해 공격했다.

루이9단은 역시 노련했다.

백의 예봉을 적절히 피하면서 우변에서 실리를 취했다.

전투는 상변에서 점화돼 중앙으로 번졌다.

중앙전투가 승부처로 등장한 것.

대국은 시작후 1시간만에 48수가 진행됐다.

도전기에서 시간당 평균 30수 정도가 진척되는 점을 고려할때 속도가
매우 빨랐다.

이날 대국은 공동주최사인 케이블채널 46인 바둑TV가 생중계했다.

인터넷에서는 하이텔(hitel.net)과 가로수(ebaduk.co.kr), 한국기원
홈페이지(baduk.or.kr)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바둑인들간에 조2단의 위상에 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루이9단은 이창호9단과 조훈현9단을 꺾은 세계 여류최강.

조2단이 그런 루이9단과의 상대전적에서 앞서 나가고 있으니 남녀 통틀어
세계 정상 반열에 오른 것이 아니냐는게 논란의 핵심.

어쨌든 조2단은 흥창배에서 탄생한 "별중의 별"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남성기사들에 비해 기력이 현저히 열세였던 여자바둑계는 흥분에
휩싸였다.

<>.조2단의 매니저격인 어머니 황연숙(41)씨는 이날도 검토실에 앉아 대국을
끝까지 지켜봤다.

최연소 입단자인 조2단은 입단후 수원에 있는 집에서 서울 한국기원으로
가는 길을 몰라 황씨가 꼭 필요했을 정도였다.

황씨는 그동안 조2단 곁에서 건강을 관리하며 대국에 동반했다.

오늘의 조2단을 낳고 키워낸 주인공.

<>.루이9단은 2국에 들어가기전 조2단에 대해 "승부욕이 대단하고 감각도
좋다"고 칭찬했다.

90년대 여류바둑을 평정한 루이9단은 21세기에도 왕좌를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2단의 스승 김원6단은 조2단이 통신바둑을 통해 아마추어 강자들과
대국을 벌이면서 기력을 쌓도록 했다는 것.

조2단은 이같은 실전을 통해 전투력을 강화했으며 최근에는 기풍이 한층
차분해졌다는 평가.

수읽기가 빠르고 실리에도 능하다는게 바둑인들의 분석이다.

< 유재혁 기자 yooj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