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분 < 방송 작가 >

내가 활동하는 컴퓨터 통신 골프동호회가 있다.

회원들간에 서로 있었던 일을 글로 주고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오늘은 이제 막 골프를 시작했다는 친구가 이런 글을 올렸다.

"남들은 멀쩡하고 우아하게 잘도 하는데 난 왜 이럴까? 골프가 이렇게
고통스러운줄 몰랐다. 파스를 덕지덕지 붙여 봐도 소용이 없고 온몸이 쑤셔
견딜 수가 없다. 누가 처방을 알면 좀 알려달라"고.

글을 쓴 친구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하소연할 데를 찾아 쓴 글인데, 나는
그 글을 읽으며 웃음이 나왔다.

내게도 그런 날이 있었다.

아마 머리 올리는 날을 잡아두고였을 것이다.

"뭔가를 보여주겠다"며 정말 열심히도 연습했었다.

너무 열심히 한 탓인지 옆구리가 저리기 시작하는데...

잠 잘때 뒤척일 수도 없었고, 웃을 수도 없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워 레슨프로에게 호소했다.

이렇게 아픈데 쉬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병원가봐야 하는것 아니냐고.

그러면 레슨프로는 되레 "치다보면 나아요. 더 열심히 치세요"라고
대꾸했다.

아파죽겠다는데 더 열심히 치라니...

그때는 그것도 처방이라고 내려주는 레슨프로가 야속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평생 한번 써 본적이 없는 근육들을 꺼내 쓰려니 아픈게 당연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근육을 더 활발히 움직여 푸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마 타이거 우즈도 처음 골프채를 잡았을 때는 이렇게 아팠을 것이다.

골퍼라면 누구나 받아들여야 할 "통과의례"라고 생각하면 그 통증은
자랑스러워질 수 있다.

통과의례를 치르고 나면 어떤가?

그렇게 길들여진 근육은 이제 연습을 좀 게을리한다 싶으면 오히려 저려오는
지경이 되지 않았는가.

오늘 아침, 그 글을 쓴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내가 그 친구처럼 아팠을 때 선배로부터 들은 얘기다.

지금 몸이 아픈 것은 앞으로 겪을 고통에 비하면 차라리 "달콤한 고통"
이라고.

골프가 내 마음을 몰라줘서, 치고 싶은데 마음껏 칠 수 없어서 겪을 그런
"마음의 고통"에 비하면...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