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적으로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은 여름에는 말할 것도 없고 추운 겨울에도
손 발 겨드랑이를 적셔 한기를 더 느끼게 한다.

한창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는 취업준비생들은 면접시험자리에서 긴장하면
식은 땀이 비오듯 쏟아져 내린다.

시험을 보면 땀이 줄줄 흘러 수건으로 손을 감아야 할 정도이다.

키보드에 땀이 너무 많이 흘러 컴퓨터를 다루기도 힘들다.

환자 본인의 불편도 엄청나지만 남에게 보일까하는 두려움에 자신감마저
잃기 쉽다.

이런 다한증에는 교감신경을 부분 절제하는 수술이 시도돼 왔다.

겨드랑이에 지름 2~5mm의 가느다란 흉강경을 삽입해 교감신경을 잘라주는
것이다.

좌우 모두 시술하는데 10~20분이 걸리는 이 수술은 흉부외과나 신경외과에서
널리 시행되고 있다.

수술 당일 퇴원하며 흉터도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수술후 손과 발에 땀이 전혀 생기지 않아 손으로 돈을 세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

반면 얼굴과 가슴엔 땀이 지나치게 많이 나는 보상성 다한증이 발생하는
결점이 있다.

수술하는데 대한 두려움과 1백20만원 가량에 이르는 수술비용도 만만찮다.

최근 주사 한방으로 다한증을 쉽게 치료하는 방법이 등장했다.

은희철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팀은 손에 땀이 많이 나는 2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독소의 일종인 보톡스를 주입한 결과 모두 증상이 개선되는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보톡스는 부패된 통조림 안에 증식하는 보툴리눔 세균의 독소를 정제한
것으로 땀을 만들어내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억제한다.

또 사시 안면경련 주름살처럼 근육의 비정상적인 수축에 의한 질환을 치료
하는데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은 교수는 손바닥과 같이 땀이 많이 나는 부위를 국소마취한 후 약 50군데
에 보툴리눔 독소를 고루 주사했다.

땀샘이 진피하부와 피하지방최상층 사이에 있으므로 이곳을 겨냥한 것이다.

은 교수는 그러나 다한증환자는 이보다 더 촘촘하게 독소를 주사해야 땀이
멎는 효과를 볼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툴리눔 주사는 손 발 코 겨드랑이에 부분적으로 생긴 다한증에
효과적"이라며 "입원하거나 전신마취할 필요없이 간단히 주사를 맞으면
되는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한계는 있다.

흉강경수술은 효과가 거의 영구적인 반면 보툴리눔 독소 주사는 효과가
5~6개월밖에 미치지 않는다.

이 기간이 지나면 마비됐던 신경이 다시 부활해 아세틸콜린을 분비해 내기
때문에 약효가 사라지는 것이다.

또 환자의 30%에서 손의 쥐는 힘이 미세하게 약화되는 단점이 있다.

은희철 교수는 "치료 효과는 앞으로 1년정도 지속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주사용량을 늘려 치료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연구중"이라고 밝혔다.

< 정종호 기자 rumb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