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부터 뇌사가 정식으로 인정되고 장기의 기증과 배분을 관장할 국립장기
이식센타가 개설됐다.

장기기증이 활성화돼 더많은 사람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그동안 국내의 장기기증과 이식수술은 1993년 대한의학협회가 내놓은
"뇌사에 관한 선언"을 통해서만 인정됐다.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지만 정부가 암묵적으로 제재를 가하지 않는 입장을
취하기로해 이식수술이 이뤄져 왔다.

뇌사를 인정하는데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장기를 매매하는 장사꾼이 등장하지 않을까, 뇌사진단이 남발돼 생명경시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기증제도가 모범적으로 운영돼 많은 사람들이 부활
의 기쁨을 누려야 한다는 바람이 크다.

뇌사와 장기이식에 대해 알아본다.

<> 뇌사의 판단기준 =뇌사는 뇌가 죽은 것을 말한다.

인공호흡기가 등장하기 전에는 이유야 어떻든 심장과 폐의 기능이 멎으면
사망했다.

이 때문에 사망진단에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인공호흡기가 등장하자 뇌사냐, 심장사냐 하는 논란이 일기 시작
했다.

뇌기능이 멈춰도 인공적으로 호흡을 시켜 주고 영양을 공급해 주면 환자는
얼마든지 심폐기능을 유지할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흡기만 떼면 몇분내에 자발적인 호흡과 혈액순환을 멈추고 심장의
박동도 멈추게 된다.

이 때문에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사람을 살았다고 인정할수
없다며 뇌사를 사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게 됐다.

뇌사와 함께 거론되는 문제가 식물인간이다.

식물인간은 사람 구실을 제대로 못할뿐 엄연히 살아 있는 존재다.

대뇌조직이 광범위하게 손상되거나 대뇌와 뇌간사이의 연락이 단절됐지만
자발적인 호흡과 혈액순환을 유지할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인공호흡기 없이도 살아갈수 있다.

식물인간은 운동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것은 아니지만 자력으로 이동할수
없는 상태다.

스스로 음식물을 섭취를 하거나 배뇨 배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물체를 물끄러미 보는 듯하나 인식하지 못하며 더러 소리를 내지만 뜻있는
언어를 구사하지는 못한다.

생물학적으로 엄연히 살아 있으므로 식물인간의 생명은 존중돼야 한다는게
대체적인 입장이다.

따라서 식물인간은 장기이식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다.

몇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있다가 의식을 회복한 경우도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권순억 서울중앙병원 교수는 "대뇌의 전두엽이 크게 망가진 상태를
식물인간으로 잘못 판정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식물인간은 의식을 회복할수
없다"고 설명했다.

<> 국내 장기이식의 현황 =장기이식은 각종 난치병으로 꺼져 가는 생명을
살릴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요즘은 면역거부 반응을 해소할 수있는 면역억제제의 개발과 함께 수술기법
의 비약적 발전으로 뇌와 안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장기의 이식이 가능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69년 신장이식이 처음 성공한 이래 1988년 뇌사자로부터
간이식, 1992년 췌장이식과 심장이식에 성공했다.

1996년에는 가장 어렵다는 폐이식이 시도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의료계의 치료수준은 심장과 신장이식에 관한한 선진국 수준과
비슷하거나 약간 웃돌고 있다.

이식수술은 수술후 한달이 고비인데 심장의 경우 1년 생존율이 약 85%를
넘고 있다.

실력있는 병원의 경우 93%에 도달하고 있다.

신장은 연세의료원의 경우 수술후 1년, 5년, 10년 생존율이 각각 95%,
80%, 60%선으로 국제적으로 손색없는 수준이다.

폐이식수술은 연세대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3차례 시도됐는데 첫환자는
2개월만에 사망했다.

하지만 작년 4월과 11월에 수술한 환자는 현재까지 생존해 양호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심장과 폐를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도 인천중앙길병원 서울대병원 등에서
시도됐다.

모두 4건의 수술이 이뤄졌으며 이들 모두 1년이상 생존했다.

현재는 한명만 살아있는 상태다.

간이식에서는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내 이식하는 생체부분 간이식
이 오히려 뇌사자의 간을 이식하는 것보다 높은 치료성적을 보이고 있다.

부분간이식은 1년 생존율은 약 80%로 뇌사자 간이식의 62%에 비해 높다.

췌장이식은 1년 장기 생존율이 65% 수준으로 70~80%에 이르는 선진국에
비해 조금 낮지만 이식 건수가 적은 것에 비하면 비교적 좋은 성적이다.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만을 부분적으로 배양 이식하는 소도이식
으로 대체되는 경향이다.

< 정종호 기자 rumb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