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여성단체에서 "처녀막"이라는 이름을 바꾸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처녀막이 처녀성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닌데도 처녀막이라는 용어가 "처녀
품질보증서"나 되는 것처럼 오인돼 왔다는 것이다.

여성을 비하하는 남성 쇼비니스트적 단어라는 주장이다.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여성단체들이 목청을 돋울만도 하다.

그렇지만 옛날에 비해 순결의 의미와 가치가 크게 절하된 마당이어서 또다른
여운이 있기는 하다.

문화적 배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처녀막이 여성의 생명에 버금가는 시절이
있었다.

초야의 파과를 증명하는 일이 혼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던 때도 있었다.

조선왕조의 왕비 간택 과정에서는 모든 덕목에 앞서 일단 처녀가 아니면
후보에 조차 오를 수 없었다.

그때 앵무새 피를 팔뚝에 묻히는 방법으로 처녀성을 판독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피가 묻으면 처녀요, 묻지 않으면 비처녀라는 것이다.

당시에는 여성의 순결이 최고의 가치요, 최대의 덕목이었다.

단순히 남존여비라든가 남성의 소유욕, 정복욕에서 기인한 발상이 아니었다.

순결한 여성의 몸을 빌려 후손을 생산함으로써 가문의 순수성을 이어가기
위한 배려였다.

더구나 혈통을 조건으로 왕권이 세습되는 봉건 왕조에서 여성의 순결은
필수적이었을 게다.

선대의 우리 조상들이 처녀성을 강변했던 것은 혈통, 즉 피의 순수성을
따지는 문화 속에서 태동한 것이다.

물론 지금은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많은 예비신랑들이 굳이 처녀타령을 하지 않는다.

요즘 처녀막 재생수술을 받는 "환자(?)"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 때아닌 "퓨어 오 미터(Pure O Meter)"라는 첨단 처녀감별기
가 등장했다는 소문이 있다.

아랫도리에 갖다 대기만 하면 처녀에게는 파란색 불이,비처녀라면 적색
불이 켜져 금새 처녀성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계의 원리나 정확도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이 기계가 처녀성을 감별해 줄 수 있다고 해도 처녀성의 의미가
퇴색된 지금 처녀감별기의 등장이 대단한 파장을 부를 것 같진 않다.

원래 인체라는 것이 십인십색이다.

게다가 여체의 구조는 특히 오묘하고 사람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

경험 많은 의사라면 시진만으로도 "신구"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지만 그것이
그렇게 만만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처녀감별을 의뢰하거나 처녀감별을 받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처녀성 유무를 따지는 우를 범하기보다는 그저 "처녀이려니" 생각하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할 것이다.

퓨어 오 미터는 신품에겐 떳떳함을 주겠지만 중고 처녀들에겐 단지 엉터리
기기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

< 준남성크리닉원장 jun@snec.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