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어(fore)!"

친 볼이 다른 사람을 향해 날아갈때 위험을 알리는 단어다.

국내에서는 그냥 "볼"이라고 외치기도 한다.

그런데 이 경고성 외침은 "멀리건"(mulligan)을 사용할 때에도 써야 할
것같다.

멀리건은 첫 티샷이 잘못됐을때 동반자들에게 양해를 구한뒤 다시 치는 샷을
말한다.

멀리건을 쓸때 "포어"라고 외치지 않았다가 그 볼이 동반자나 다른 사람을
맞혀 상해를 입혔다면 그 골퍼에게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뉴저지주 고등법원 항소부는 27일(한국시간) 멀리건을 쓸때 적절한
고지를 하지않아 동반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면 볼을 친 골퍼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건은 지난 94년 뉴저지주 뉴어크의 이스트오렌지GC 16번홀에서 발생했다.

초보자들인 제프리 시크(공원)와 존 페롤리토(애리조나 티컴퍼니 창업자)는
다른 두 동반자와 플레이하고 있었다.

네명이 티샷을 마치자 시크는 페어웨이로 가기 위해 카트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티잉그라운드를 돌아본 순간 페롤리토가 친 볼이 얼굴을 강타했다.

얼굴뼈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다.

페롤리토가 친 샷은 공교롭게도 멀리건이었다.

시크는 페롤리토가 멀리건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앞으로 나가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시크는 처음에 에섹스카운티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기각됐다.

법원은 소프트볼 캐처가 홈플레이트에서 돌진해오는 상대편 선수와 부딪쳐도
그것은 "소프트볼의 속성"이므로 어쩔수 없다는 기존판례를 따랐던 것.

그러나 주 고등법원은 골프는 소프트볼처럼 몸을 접촉하는 스포츠가
아니라며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상대방이 부주의로 날린 샷에 피해를 보았다면 원고는 당연히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국내에서도 타구에 의한 사고가 가끔 발생한다.

지난 93년 L골프장에서 일어난 사건이 좋은 예다.

뒷조에서 날린 볼이 아직 "사정권"에 머무르고 있는 앞조 골퍼를 맞혀
상해를 입혔다.

법원은 당시 볼을 친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미국법원의 판결은 "사전에 위험을 알렸는지의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됐다.

앞조가 멀리가지 않은 상황에서 샷을 날리든, 멀리건을 치든 위험하다
싶으면 큰 소리로 외쳐두는 것이 상책이다.

< 김경수 기자 ksm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