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어들이 제철을 만났다.

바람을 가르며 슬로프를 지쳐 내려 오노라면 도심의 찌든 때는 어느새
저만큼 달아나 버린다.

그러나 충분한 연습없이 고급코스에 올랐다가는 자칫 회복하기 힘든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부상예방요령 등 스키 탈 때의 유의사항과 치료에 대해 안진환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 심재호 을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어떤 부상이 잦을까 =일반적으로 발목 부상은 줄어드는 대신 무릎
손상이 크게 늘었다.

발목 부상이 적어진 것은 스키화의 목부분이 높아졌고 안전장치인 바인딩이
개선돼 조그만 충격을 받아도 스키플레이트와 스키화가 금방 분리되기 때문
이다.

정형외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부상이 가장 잘 발생하는 부위는 다리(7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팔(20%) 복부(3.6%) 머리(3.1%) 순을 보였다.

또 다리 부분에서는 무릎이 46%로 전체 부상중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정강이 등 하퇴부가 30%, 발과 발목이 16%, 대퇴부 8% 등으로 조사됐다.

<> 왜 부상을 입기 쉽나 =우선 추운 날씨에 몸이 굳어져 작은 충돌에도
크게 다치기 쉽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슬로프가 급경사이고 한산하기 때문에 급활강으로 인한 부상이
잦은 반면 국내서는 좁은 슬로프에 많은 스키어들이 몰려 충돌로 인한 부상이
많다.

특히 스키 초보자들이 고급 급활강코스를 충분한 연습도 없이 타본다든가
잘 타는 다른 사람과 심하게 부딪힌다든가 해서 생기는 부상이 외국보다
많다.

전체 부상자중 1년 이내의 초보자가 32~35%로 가장 많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2~3시에 부상사고가 가장 많다.

스키에 재미를 붙인 나머지 적절한 휴식도 취하지 않은채 계속 타는 경우가
많은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오후 2~3시는 근육의 피로도가 가장 높고 피로골절(뼈에 가해지는 물리력의
증가로 어느 한계를 넘어가면 생기는 골절)이 생기기 쉬운 시점이라는데
유의해야 한다.

<> 응급처치와 치료 =상처부위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게 좋다.

환자를 안정시킨 뒤 부목이나 보조도구를 이용, 환자를 고정시키고 의료진
에 연락해 신속히 후송한다.

다리나 팔목을 다쳤더라도 신경이나 혈관은 대체로 이상이 없다.

더러 이를 바로잡는다고 섣불리 환부에 손을 댔다가는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무릎인대가 손상되면 무릎이 제멋대로 놀고 힘이 없으며 시간이 지나면
몹시 붓고 아프다.

무릎연골이 다치면 무릎을 움직이기 어렵고 이상한 소리가 나게 된다.

관절내시경수술이나 재래적 수술로 파열된 인대를 꿰매고 연골을 제거하거나
인공연골을 삽입함으로써 치료한다.

<> 스키부상예방 10계명 =

1) 자기수준에 맞는 슬로프에서 스키를 즐기자.

과욕을 줄인다.

2) 충분한 체력을 유지하자.

대퇴부 엉덩이 복부의 근육이 주로 이용되므로 평소 이 근육들을 단련해
놓는 것이 좋다.

3) 자기 신체조건에 맞는 장비를 갖추고 헬맷 고글 등 안전장구를 착용하며
작동상태를 점검한다.

4) 자신의 기량을 넘어 무리하게 타는 것을 피하고 활강기량의 향상을
위해 주기적으로 교육을 받는다.

5) 장애물과 설질을 고려하고 위험하면 한단계 낮은 코스에서 스키를
타거나 속도를 낮추는 것이 좋다.

특히 눈이 녹아 빙판을 이룬 곳을 조심한다.

6) 활강중이라도 피로를 느끼면 쉰다.

하루 3~4시간 스키를 타면 피로가 누적돼 "과훈련증후군"이 생긴다.

이때쯤이면 짜증이 쉽게 나고 판단력이 흐려지며 수면을 잘 취할 수 없고
식욕이 떨어진다.

변비나 설사도 생긴다.

7) 음주상태에서는 스키를 타지 말자.

음주상태서는 순발력 판단력이 둔화되고 자기능력 이상의 동작이 유발되며
순간 제동이 불가능해진다.

8) 스키를 타기 전 적어도 10분 이상 스트레칭을 해 근육을 유연하게 푼다.

부상자중 77%는 사전준비운동을 하지 않은 스키어들이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9)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 말라.

자세가 흐트러졌는데도 넘어지지 않으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큰 부상을
당하게 된다.

앉는 자세를 취해 체중을 엉덩이 쪽으로 실리게 하면서 서서히 주저앉듯이
넘어진다.

이때 몸을 약간 옆으로 돌려 눈위에 앉아야 한다.

10) 과거 부상의 공포감에서 벗어나자.

심리적 불안은 부상 위험을 증가시킨다.

< 정종호 기자 rumb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