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돌도끼 하나 차고 가죽옷 입고 살았을 적부터, 아니 그보다 훨씬
이전에도 인간은 짐승 못잖은 송곳니와 날카로운 발톱으로 전쟁을 해왔다.

먹이를 얻기 위한 작은 사냥에서부터 종족보전이라는 본능 아래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부족간의 혈투에 이르기까지 싸워 왔다.

어떤 학자는 유사이래 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라고도 말한다.

미래에도 군대와 군인의 효용은 전혀 가치무근일리 없다.

군대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지난 과거를 반추하고 앞으로 전개될 미래를 추측할 때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성차별 철폐가 아닐까 싶다.

선진국 군대일수록 여군의 수가 많아진다.

그 역할도 다양해진다.

궁극적으로 미래 군대의 남녀 성비가 50:50을 이루게 되리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처럼 거의 순수한 동성집단이었던 군대가 선남선녀로 와글거리는
이성집단으로 탈바꿈한다면 분명 밤마다 시끄러워질 것이다.

조 홀드먼 같은 작가는 "영원한 전쟁"이라는 작품에서 미래엔 남녀 전우들
이 운우의 정을 서로 나누게 될 것이라고 묘사했다.

젊은 병사들의 성욕을 해소시키는 것이 군의 전투력 증강과 사기 진작에
보다 발전적인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상상에서 비롯됐다.

제한이 많은 훈련소 시절에는 취침 할당표에 따라 파트너가 정해지며, 훈련
을 마치고 부대에 배치된 다음부터는 파트너를 자유롭게 선택할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는 1천년 이상 전쟁이 계속돼 그동안의 사회적인 변화도 재미
있게 묘사되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미래식 산아제한이다.

바로 정부가 동성애를 장려하는 것.

지금도 동성애자의 수는 조금씩 늘고 있고 점차 사회 표면으로 불거져
나오고 있다.

외국에서 이미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많이 누그러진 것을 보면
홀드먼이 예견한 대로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이같은 일이 실현될지도 모른다.

지칠줄 모르는 작가의 상상력은 그보다 더 시간이 흐른 뒤 바야흐로 "장려"
를 넘어서 "강권"의 수준에까지 도달시킨다.

서기 3000년대 이성애는 정신병이자 정서기능장애로 받아들여지며 이성애자
는 군인이 될 수도 없는 세상을 그려냈다.

군인이 되는 것이 특권으로 인정받는 미래 상황에서 군대는 오로지 안정된
정서를 가진 인간만을 모병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전우끼리 섹스를 권하는 군대.

동성애자만 뽑는 군대.

외계인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미래 군대는 과연 상상을 초월하는 변신을
겪을지 궁금하다.

< 준남성크리닉원장 jun@snec.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