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의 두 남자가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몇년전만 해도 성취욕은 내 인생의 목표였지. 나만의 의욕과 노력으로
뭔가 이루어냈을 때의 기쁨이란... 그것이 내 삶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야. 하지만 요즘은 무력증에 빠져 있어. 하던 일을 오히려 줄이고
있는 형편이니까 말이야. 몸에 기력이 없어지고 건망증이 심해지는가 하면
집중력도 떨어진 것 같아. 늘상 하던 운동도 흥미가 없어. 인생이 허무해지고
삶 자체가 허망한 것 같아"

"그거 참. 자네처럼 IMF 바람을 타지 않는 사람들은 여전한 줄 알았는데...
하긴 나도 마찬가지야. IMF 와중에 받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거 우리도 이제 늙은게 아닐까"

"늙기야 늙었지. 거 있잖아, 밤이 무섭다는 얘기. 난 요새 정말 실감하고
있네"

"허 허. 나만 할려구. 난 이제 젊은 여자를 봐도 무덤덤해. 전혀 감흥이
없다구. 예전엔 직장내 성희롱인가 뭔가를 신경 쓸 만큼 관심이 있었는데
말야. 요샌 누가 그 문제로 꼬투리 잡는대도 정말 떳떳해. 진짜 아무런
느낌마저 없으니까"

이 두 남자가 겪고 있는 증상은 다름아닌 남성갱년기.

최근 의학계는 많은 연구를 통해 남성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갱년기를
겪는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남성갱년기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혈중농도가 떨어져 여러가지
심신의 변화를 보이는 현상이다.

여성폐경기와 같은 맥락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급격한 여성폐경기 증상에
비해 완만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개인차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남성 호르몬 감소가 여성에 비해 점진적이며 라이프스타일(life style)에
따라 남성갱년기 증상의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남성갱년기에 맞닥뜨릴 수 있는 증상은 대개 신체 각 부위의 생리적 능력의
감퇴에 의한 것이다.

성욕감소와 발기부전등 성능력의 전반적인 쇠퇴와 불면증을 위시하여 무력증
(전신쇠약), 근육량 감소, 골량 감소로 인한 골다공증, 안면홍조, 여성화
현상(여성형 유방이나 체모의 감소) 그리고 기억력이나 집중력 감소, 피로,
불면증 따위의 육체적 증상과 불안, 초조, 우울증 등과 같은 정신적인 증상이
그것이다.

남성갱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지나친 음주와 흡연이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은 남성갱년기를 부추기거나 증상의 심화를 초래하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상습적인 음주와 흡연이 인체내 남성호르몬 분비를 더욱 위축시키기 때문
이다.

갱년기를 늦추거나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이와같은 원인
인자를 제거한 후 규칙적인 운동을 지속하는 것이다.

부족한 남성호르몬을 보충해 주는 남성호르몬 대체 요법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 준남성크리닉원장 jun@snec.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