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어느덧 소매 끝으로 파고들고 있다.

한방에서는 겨울을 폐장의 계절이라고 한다.

인체의 장부는 봄에 대비해 모든 양기를 저장하고 잔뜩 움츠리기 때문이다.

양기가 넘치는 봄과 여름에는 양기가 피부 끝까지 미쳐 땀도 잘 나고
혈색도 좋아 피부가 윤택하다.

그러나 가을 겨울이 되면 양기가 인체의 근원인 신장으로 잦아든다.

사지와 피부는 양기가 부족해져 창백해지고 거칠어진다.

장부학으로 따지면 신기의 억압을 받는 폐장의 양기가 달려서 호흡기계질환
에 걸리기 쉽다.

한방에서 본 겨울철 건강관리법을 조영 자생한방병원 내과 과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겨울철 질환 =우선 호흡기계를 관장하는 폐장에 양기가 부족하므로 감기
천식 등에 걸리기 쉽다.

가급적 한기가 호흡기와 피부에 접촉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목욕이나 운동으로 땀을 흘리면 땀구멍이 열리게 된다.

이 상태에서 찬 바람을 맞는 것은 삼가야 한다.

겨울철에는 인체의 최상부인 뇌에도 양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 때문에 겨울철에는 혈관의 활동성과 탄력성이 부족하고 뇌졸중(중풍)이
발병하기 쉽다.

따라서 갑작스런 온도변화와 이에 따른 혈관수축으로 인해 혈압이 상승하는
것을 예방하는데 신경써야 한다.

예컨대 평소 혈압이 높고 변비로 고생하는 환자가 추운 화장실에서 힘을
주다가 뇌졸중 증세를 보이는 사례가 많다.

피부는 폐의 기운을 충분히 못받아 진액이 피부까지 못미친다.

자연히 피부건조증이 생기기 쉽다.

사지말단은 양기가 부족해지고 혈액순환이 잘안된다.

다리 힘이 풀리고 수족이 차가워지고 저리게 된다.

<> 겨울철의 섭생 =양기를 함부로 드러내지 않고 간직하는 것이 근본.

일찍 잠자리에 들고 늦게 기상한다.

과도하게 땀을 내지 않는다.

저장된 양기가 피부를 통해 발설되면 원기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사지를 지나치게 움직이지 않는다.

과격한 운동으로 잠복된 양기가 요동치면 신체의 조화가 깨지게 된다.

야간 활동을 삼간다.

가장 음적인 계절인 겨울, 그중에서도 음기가 왕성한 밤은 신장이 양기를
끌어모으는데 최고다.

이런 시간에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하면 양기가 소모돼 생명력을 손상
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갑작스런 기온변화가 있을때 신체활동을 피한다.

술을 먹고 추운 거리를 헤매지 않는다.

음주후 혈관이 확장되면 신체 표면의 온도가 올라간다.

겨울에는 이런 경우 양기가 발산돼 원기가 떨어진다.

사지의 힘이 약해지고 저린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

심리적으로는 의욕이 강해도 지나친 욕심을 부려서는 안된다.

자신의 뜻을 속으로 간직하고 숨기는 듯한 자세로 지내는게 바람직하다.

<> 한방및 민간요법 =감기예방에는 칡차(또는 갈근탕) 생강차 유자차
모과차 계피차 인삼차가 효과적이다.

건포마찰을 하면서 피부에 양기를 넣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감기에 걸리기 쉬운 체질은 계지복령환 시호계지탕 시호계지건강탕 등을
복용하면 체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수 있다.

민간요법으로는 <>생강 3쪽과 파뿌리 3쪽에 물 3홉을 붓고 달여 마시거나
<>연뿌리즙과 생강즙을 2대 1로 섞어 뜨거운 물에 약간의 소금을 타 마시거나
<>배즙 또는 무즙에 꿀을 타 마시는 방법으로 감기를 예방하고 있다.

기침 가래에는 진해 거담 작용을 하는 도라지무침, 은행, 빻은 살구씨,
모과차, 꿀을 탄 배즙 등이 좋다.

모과는 진해 거담 작용이 우수하고 비타민C가 풍부하다.

그러나 체열을 높이므로 고혈압 고열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은행 살구씨 도라지도 효과는 좋으나 시안산이 들어 있어 많이 복용하면
약간의 독성을 낸다.

천식에는 소청룡탕 육미지황탕 사물탕 이진탕 청폐탕 등이 좋다.

약한 기관지를 강화시켜 준다.

반대로 토란 참외 키위는 천식을 악화시키는 음식으로 꼽혀 삼가야 한다.

피부건조증에는 보습 보혈 보기의 기능을 갖는 찹쌀 메밀 녹두 상추 씀바귀
아욱 가지 감자 등의 음식이 좋다.

겨울보약으로는 기혈을 보하고 인체전반으로 순환시키는 쌍화탕 십전대보탕
보중익기탕 순기활혈탕 등이 권장되고 있다.

< 정종호 기자 rumb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