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GA(미국골프협회)와 더불어 세계골프계를 쥐락펴락하고있는 R&A(영국왕립
골프협회)의 체면이 구겨졌다.

지난주 브리티시오픈에서 규칙적용을 잘못하는 실수를 저질렀는가 하면
출전선수들로부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코스세팅이냐"는 불만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대회 3라운드가 열린 지난 17일 카누스티GC 11번홀(파4).

장 방드 벨드가 세번째 샷을 앞두고 심판원을 불렀다.

그는 플레이선(볼~홀에 이르는 가상의 선)에 TV중계타워가 삐져나와 있기
때문에 무벌타로 구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타워는 움직일수 없는 임시장애물이라는 설명과 함께.

심판원은 그의 말에 동의했다.

벨드는 볼이 원래 있던 곳에서 1클럽이내에 드롭한뒤 그린에 올려 파세이브
를 했다.

문제는 다음날 발생했다.

데이비드 리크만 R&A규칙위원장은 "규칙적용이 잘못됐다"고 밝혔다.

당시 TV타워는 스윙이나 스탠스에 지장을 주는 위치가 아니었기 때문에
구제를 받을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리크만은 그러나 "규칙 34조2항에 따라 심판원의 재정은 바꿀수 없다"고
덧붙였다.

규칙을 잘못 적용했지만 한번 내린 결정은 바꿀수 없다는 뜻이다.

R&A의 위상에 손상이 가는 순간이었다.

벨드가 우승했더라면 이 일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소지도 있었다.

최종일 2번홀에서 있었던 데이비드 프로스트의 예도 R&A의 매끄럽지 못한
경기진행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프로스트가 러프에 있는 볼을 치려고 스탠스를 취하다보니 왼발이 카트도로
에 걸렸다.

프로스트와 심판원은 "구제를 받아야 한다" "구제를 못받는다"고 우겼던
것.

심판원이 R&A본부에 연락을 취하는등 소동끝에 "구제를 받을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R&A의 심판원이라면 즉석에서 명쾌한 규칙해석을 내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회 출전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누구를 위해 코스를 세팅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뒤질세라 R&A측도 "선수들은 지금까지 쉬운 코스에서만 플레이해왔다"
고 맞섰다.

세계골프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R&A의 권위는 공교롭게도 최고의
메이저대회에서 추락하고 말았다.

< 김경수 기자 ksm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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