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브리티시오픈의 스코어들을 보면 그야말로 "아마추어 대회"같다.

80타를 치고서도 공동 4위(3라운드 현재)를 달리고 있는 선수(데이비드
프로스트)가 있는가 하면 "천하의" 타이거 우즈가 "무버디 라운드"를
기록하기도 한다.

도대체 얼마나 어렵기에 70대 중반만 치면 "잘 견뎠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가.

외신을 종합하면 가장 핵심적 요인은 바람이고 거기에 러프와 벙커가 조연
역할을 한다.

대서양의 바닷바람이 거세지면 옆바람은 수십야드를 오조준하게 만들고 앞뒤
바람은 같은 거리라도 5클럽이상 클럽선택이 달라진다.

3라운드가 벌어진 17일의 바람은 시속 50km까지 휘몰아치기도 했다.

바람은 그린을 말려 단단하게 만든다.

그린이 딱딱해지면 볼을 세우기가 극히 힘들다.

더구나 카누스티는 파71이지만 전장이 7천3백61야드나 될 정도로 길만큼
길다.

브리티시오픈을 가장 자주 개최하는 세인트 앤드루스GC 올드코스가 파72에
전장이 6천9백33야드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선수들의 당황스러움을 짐작할 수
있다.

다른 코스에선 보통 쇼트아이언 세컨드샷을 하지만 여기선 미들아이언이나
롱아이언을 잡아야 하고 그 샷마저 바람에 날리니 속수무책인 셈.

곳곳에 도사린 항아리 벙커들도 티박스에선 보이지 않는 수가 허다하다.

모든걸 눈으로 보며 전략을 세우는데 익숙한 선수들 입장에서 링크스 코스
특유의 작은 벙커들은 의외의 1타 손실을 가져온다.

<>원래 브리티시오픈은 메이저대회중 가장 스코어가 잘 나는 대회이다.

지난 70년이후 거의 대부분이 언더파 우승이었고 두자리 숫자의 언더파
우승도 극히 보편적이었다.

로열세인트조지스GC에서의 93년대회때는 그레그 노먼이 4라운드합계
2백67타의 대회최저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우승스코어는 이븐파 2백80타(마크 오메라).

지난해 역시 바람탓이 극히 심했지만 주최측인 로열 앤 에이션트(R&A)골프
클럽의 방침이 바뀐 것도 주요인.

R&A도 이제는 러프를 한껏 길러 놓으며 US오픈 스타일의 고난도 대회를 추구
하는 느낌이다.

기상 예보에 따르면 최종일 풍속은 시속 15~25km이다.

바람이 다소 수그러 들고 선수들도 코스에 익숙해지면 스코어는 내려간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건 언더파 우승은 아예 물건너 갔다.

이번 대회는 1백28년 역사상 최악의 "오픈"이다.

< 김흥구 전문기자 hkgolf@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9일자 ).